"사직의사 고용주에게 도달한 이상, 동의없이 철회 불가"
'퇴직 날짜' 함부로 조정했다간 '부당해고' 여지…"주의해야"
"저 다음주까지만 일하겠습니다."
3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A의사는 어느 날, B직원으로부터 사직서와 함께 일주일 뒤 그만두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평소 직원들끼리 다툼이 잦았는데 이번에 크게 싸워, 기분이 상한 B직원이 결국 사직서를 낸 것.
A의사는 다툼을 한 직원끼리 일주일 더 근무하는 것이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B직원에게 "일주일 치 월급은 더 챙겨줄 테니, 그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B직원은 다음날 출근, 사직서는 없었던 일로 하고 다시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의사는 또 다시 다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B직원은 본인은 다니겠다는 의사를 표했는데 그만두라고 한 것이니 실업급여를 받게 해 달라고 했다. A의사는 본인이 스스로 사직한 것이니 실업급여를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A의사는 노동위원회의 연락을 받았다. 노동위원회에 진정서가 접수됐으니, 출석하라는 통보였다. A의사는 조사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담당 조사관은 합의를 권고했다.
A의사는 본인 스스로 사직서를 냈는데, 왜 월급을 더 줘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최근 의료 유명 D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이다.
"1주일 뒤에 나가겠다는 걸 막아서 문제인 것 같다", "본인이 사직서를 냈는데 뭐가 문제냐", "노동위에 출석하는 게 더 손해라고 생각하는 일부 의료인들이 그냥 합의 보는 경우가 많아서 계속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등 의견이 분분했다.
장영진 변호사(장영진 법률사무소)는 판례에 의거, A의사가 노동위원회에 대해 이의신청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판례에 따르면,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해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고하는 사직의 의사표시가 고용주에게 도달한 이상, 고용주의 동의없이는 사직의사 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며 "사직의 의사 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 고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날짜와 서명이 있는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기재한 날짜를 기준으로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한다는 취지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B직원이 제출한 사직서에 찍힌 날짜를 기준으로 근로계약 관계에 대한 종료 의사가 전달된 것이므로, 다음날 출근해 계속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어도, 사직 의사를 철회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퇴직금' 기준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면 '일주일 치 월급을 줄 테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며 '퇴사 일자'를 변동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장 변호사는 "사용자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그보다 앞선 일자로 퇴사할 것을 종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사례에서는 이러한 목적은 아니었겠지만, 보기에 따라 일종의 부당해고에 해당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금은 노동자가 퇴직 후, 노동을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정 지급 기준에 부합할 경우, 누구나 받을 수 있으며 근무처에서 지급된다.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는 퇴직금은 상당 기간 근속 후 퇴직하는 사람에게 근무처에서 일시 지급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때 제4조 제2에는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계속근로 기간이 1년 미만이 되거나, 1주일에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에는 퇴직금 지급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기준일자보다 더 빠르게 퇴직을 종용해, 지급 대상이 되지 않도록 종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
장 변호사는 "근로자는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고, 구제신청을 통해 구제명령을 내린 경우,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으면 노동위는 해고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액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며 "사용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