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러 시술 후 염증·번짐...1심 "의료과실 아냐" 판단
서울고법 항소심,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 적용 기각
비뇨기과의원에서 성기 확대수술을 받은 환자가 의사를 상대로 의료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3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환자가 수술을 받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기회를 상실하게 해 자기 결정권 침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한 위자료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환자 A씨는 서울 강남구 소재 B비뇨기과의원 C상담실장에게 전화해 8년 전 다른 의료기관에서 대체진피를 이용한 성기확대수술을 받았다고 하면서, 그 위에 진피링을 한 번 더 올리는 성기확대수술이 가능한지에 대해 상담하고 2016년 5월 25일 '귀두, 음경 각 채움'으로 예약했다.
이후 5월 31일 B비뇨기과의원을 방문해 귀두 확대는 취소하고, 높이·길이의 대체진피를 넣고 대체진피 각짐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필러를 넣는 음경확대수술을 하고 싶다고 한 다음, D의사로부터 대체진피를 넣는 성기확대수술(1차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6월 7일 B비뇨기과의원을 방문해 필러 때문에 성기의 형태가 너무 커진 것 같고,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필러가 앞으로 흘러서 성기가 너무 커졌다고 항의했다.
이에 D의사는 'A씨가 요구한 사항은 대체진피를 잘라서 두 겹으로 넣고 삽입한 대체진피 앞뒤로 완만하게 만들기 위해 필러로 각 채움'이고, '수술한 내용은 대체진피를 두 겹으로 접어 삽입 후 대체진피 뒤로 필러 각 채움'이라는 내용의 서류를 작성해 줬다.
하지만 환자 A씨는 진피링 제거를 요구했고, D의사는 1차 수술 당시 삽입했던 대체진피를 제거하는 2차 수술을 6월 27일 했다.
그런데도 환자 A씨는 6월 30일 수술 부위에서 고름이 나오는 등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D의사는 7월 1일 원고가 8년전에 삽입했던 진피 일부를 제거하고, 감염된 조직을 제거하는 3차 수술을 했다. 이와 함께 절개 부위 중 일부는 소독을 위해 놔뒀다가 7월 3일 봉합했다.
D의사는 이후 상처 부위를 소독해줬고, 실밥을 제거한 후 벌어진 상처부위를 다시 봉합시킨 후 나머지 실밥도 모두 제거했다.
그러나 환자 A씨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D의사는 최초에 하기로 했던 수술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수술을 했고 ▲각을 채우기 위해 넣은 필러가 성기 전체에 퍼지게 했으며 ▲대체진피를 제거하는 과정에서도 실수해 2차례에 걸친 대체진피 제거수술과 봉합수술 및 수술 후 테이프를 2주간 붙이는 과정을 더했고 ▲수술상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감염에 따른 처치를 소홀히 하는 등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D의사가 수술을 하면서 합병증이나 부작용 등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한 것은 물론 C상담실장이 의료인이 아님에도 상담을 하는 등 무면허의료행위를 해 손해를 입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대한의사협회 감정 결과를 인용하면서 "수술방법의 기술적 변경은 수술실에서 이뤄진 후 설명하는 경우도 있고, D의사의 수술은 최초 상담할 때의 수술방법과 크게 차이나는 방법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의료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1차 수술 후 염증이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할 뿐만 아니라 설령 염증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1차 수술일로부터 약 26일이 지나간 시점으로 그 염증이 1차 수술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1차 수술 후 D의사가 각을 채우기 위해 넣은 필러가 성기 전체에 퍼지게 됐다고 원고는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고, 필러를 통한 성기확대수술 같은 수술에서는 일반적으로 수술 후 감염, 혈종 및 통증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D의사는 3차 수술을 시행하고, 상처 부위를 소독하는 등 염증에 대해 처치를 했고, 이에 따라 감염증상이 모두 치료된 것도 의료과실로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로 들었다.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는 D의사가 감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설명의무를 이행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D의사는 수술에 대해 원고의 자기 결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감염 등 후유증의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충분한 설명을 해야 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D의사의 의료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고, 2차 수술은 환자 A씨의 요청으로 이뤄져 D의사로부터 합병증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2차 수술을 거부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서 고려하면 D의사의 설명의무 위반과 A씨의 성기 부분의 통증이라는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자기 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만을 손해배상으로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C상담실장에 대해서는 "A씨와 수술 내용과 비용 등에 관해 상담한 것을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D의사는 A씨에게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고, A씨의 C상담실장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한다"며 "소송비용은 A씨가 10분의 9, D의사가 나머지를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환자 A씨는 위자료 지급이 적다고 판단, 서울고등법원에 D의사 및 C상담실장에게 1억 2531만 원을 지급하라고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 민사재판부는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재판부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해야 하지만, 제1심판결 중 피고 C상담실장에 대한 부분은 당심과 결론을 같이해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 C상담실장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제1심판결 중 D의사에 부분(위자료 부분)은 당심과 결론을 일부 달리해 부당하나, 원고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서 D의사에 대한 제1심판결을 원고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