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5000만명 사상자 낸 스페인 독감 병인 기전 규명

국내 연구팀, 5000만명 사상자 낸 스페인 독감 병인 기전 규명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4.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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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독감 바이러스 'PB1-F2' 단백질이 바이러스 병독성 증가 원인 밝혀
고위험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새 치료제 개발 및 예측과 진단에 도움 기대

고위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 기전모델
고위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 기전모델

국내 연구팀이 공동으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에서 독성을 일으키는 핵심 인자와 그 원리를 규명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이 밝혔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500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이 고위험성 독감(인플루엔자) 감염은 막대한 인명 피해와 국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어 그 병인과 치료 개발 연구가 절실하다.

최근 들어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및 신종플루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사회적 정서불안 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까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병인론 연구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표면항원(HA 및 NA)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계속되는 약제내성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새로운 약제 개발 및 이를 위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병독성에 관여하는 새로운 기전연구가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전염병 전문가들은 고위험성 인플루엔자의 대유행 발생 가능성이 증가함을 경고하고 있으며, 이의 예방, 조기 예측 및 진단 대책 마련을 권고하고 있다.

성백린 교수(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셍명공학과)), 김균환 교수(건국대 의전원 약리학교실), 박은숙 교수(건국대 의전원) 연구팀은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PB1-F2'라는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있음을 주목했다.

이것이 우리 몸의 항바이러스 역할을 하는 인터페론 베타(바이러스나 특정 박테리아 감염 시 이를 제거하기 위해 초기 면역시스템에서 유도되는 물질 중 하나)를 강력하게 저해해 바이러스의 병독성(병원체가 숙주에 대해 질병, 사망을 일으키는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을 밝혀냈다.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와 같이 PB1-F2 단백질의 특정 위치의 아미노산에 돌연변이가 있을 때만 이 특성이 나타나며, 돌연변이가 없는 병독성이 약한 일반적인 인플루엔자는 이러한 성질을 나타내지 않았다.

돌연변이 PB1-F2은 인터페론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필수 단백질인 'DDX3'를 분해함으로써 인터페론 베타의 유도를 강력히 저해한다. 이는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 및 사망으로 이어진다.

김균환 교수는 "이 연구는 스페인 독감의 새로운 병인 기전을 규명한 것으로, 향후 새로운 형태의 고위험성 인플루엔자 감염의 치료제 개발에 응용될 수 있으며, 특정 위치의 돌연변이 규명을 통해 스페인 독감과 같은 고위험군 바이러스를 조기에 검출하고 이를 예측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성백린 교수는 "스페인 독감은 인류가 경험한 감염성 질환 중 최고의 사망률을 기록한 사건으로써 이제 10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의 높은 병원성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게 됐다"며 "최근 들어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유전적 변이와 중증 감염이 나타남에 따라 경종이 울려지고 있다"고 연구 결과의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국제학술지 <엠보 저널(EMBO Journal)>에 4월 12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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