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일산병원, 살면 '적자' 죽으면 '흑자'?

건보공단 일산병원, 살면 '적자' 죽으면 '흑자'?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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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수익 매년 적자 구조...장례식장 등 부대시설 수익 통해 경영 유지
바른의료연구소, '일산병원 손익계산서' 통해 의료기관 경영실태 분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 병원의 원가계산자료를 근거로, 민간의료기관들이 초저수가로 인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바른의료연구소는 7일 일산병원 원가계산자료를 분석, 산출한 원가보전율이 원가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수익은 거의 매년 적자였고 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장례식장 운영이었음을 짚으며 '환자가 살면 적자, 죽으면 흑자'라고 비유했다.

연구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일산병원 경영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손익계산서 공개를 청구했다. 2009~2018년까지 최근 10년 동안의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의료 수익이 흑자인 해는 2016년도(19억 원) 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해는 적게는 42억 원부터 많게는 211억 원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0년 동안 일산병원의 총 적자액은 1139억원으로 매년 평균 11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시설 운영 수익을 합산한 경상이익은 2012년과 2013년도에만 각각 48억원, 19억원의 적자를 냈다. 나머지 8개 연도는 적게는 4300만원부터 많게는 10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 원인은 장례식장·식당·매점 등을 비롯한 '시설 운영 수익' 덕분.

연구소는 "10년 중 8개 연도에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바로 시설운영 수익 때문이었다. 시설운영 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장례식장 운영"이라며 "장례식장 수익이 없었다면, 일산병원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해는 8개 연도에서 4개 연도로 대폭 축소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단 일산병원 장례식장 순익(제공=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공단 일산병원 장례식장 순익(제공=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지난 10년간 일산병원은 장례식장 운영으로 총 60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비용을 제하고도 516억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장례식장 운영에 의한 순수익이 없었다면, 2018년도는 30억 원의 적자를 보았을 거란 계산이 나온다.

연구소는 "의료수익으로는 적자지만 부대사업 수익으로 근근이 흑자를 유지한 것은 진료수가가 원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해준다"고 짚었다.

"일산병원은 민간의료기관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병원 부지 매입과 건물 신축 및 증축 비용이 모두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원됐다"며 "민간병원에 비해 경영여건이 훨씬 나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년 의료수익이 적자인 것은 진료수가가 원가보다 훨씬 낮은 저수가 체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보재정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공단 직영병원조차 진료수익으로 적자를 보이고 있는데 민간의료기관들은 이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

실제로 공단이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진료영역이 원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 에 따른 요양기관 종별 추정 원가 보전율(제공=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 에 따른 요양기관 종별 추정 원가 보전율(제공=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 에 따른 진료영역별 적용 원가보전율(제공=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 에 따른 진료영역별 적용 원가보전율(제공=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진료영역 별 원가보전율 전체 평균은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78.4%였다. 요양기관 종별 추정 원가보전율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에서 각각 84.2%, 75.2%, 66.6%, 62.2%에 불과했다.

검사료, 영상진단 및 방사선치료료, 이학요법료, 정신요법료 등의 원가보전율은 원가 이상이었으나, 진료영역 중 가장 중요한 진찰료와 입원료는 원가의 절반 수준인 50.5%와 46.4%에 불과했다.

연구소는 "민간의료기관은 건보재정 지원도 없고, 장례식장도 없고, 임대해줄 시설조차 없다"며 "진료수익만으로는 도저히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정부와 공단은 민간의료기관들의 줄도산과 폐업이 바로 눈앞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즉각 적정수가 보장에 나서야 한다"고 강력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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