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DA 승인 항진균제 시클로피록스…B형 간염바이러스 조립 억제
GIST-차의과학대 공동연구팀…저명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게재
GIST(광주과학기술원)와 차의과학대학 공동 연구팀이 피부치료제 약물을 활용한 신개념 B형 간염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성공해 B형 간염 바이러스 완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제시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박성규 GIST 교수(생명과학부)·조유리 차의과학대 교수·김윤준 서울대 교수팀의 공동연구를 통해 항진균제로 오랫동안 사용돼 왔던 시클로피록스(ciclopirox)가 B형 간염바이러스의 조립을 억제해 새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시클로피록스는 합성 항진균제로 진균에 감염됐을 때 사용되는 피부치료제다. 2013년에는 미국 Rutger대학에서 HIV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보고됐으며, 최근에는 경구용 항암제로 임상 1상이 통과됐다.
국내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는 B형간염 예방접종 도입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30대 이상의 연령에서는 여전히 보균율이 전체 인구의 4%를 웃돌고 있으며, 전체 환자 수는 300만명에 이른다. 또 세계적으로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 수는 2억 5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B형 간염바이러스는 우리나라에서 간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B형 간염보유자의 경우 DNA 중합효소(Polymerase)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인 '라미뷰딘' 등이 사용돼 왔다. 하지만 중합효소의 돌연변이에 따른 내성 문제로 새 약물인 테노포비르(Tenofovir)·엔테카비르(Entecavir) 등이 개발돼 내성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다.
그러나 B형 간염바이러스 중합효소를 억제하는 방식만으로는 B형 간염바이러스의 완치를 기대하기가 매우 힘든 실정이다. 현재 B형 간염바이러스의 다양한 복제 단계를 억제하는 약물 등이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특히, B형 간염바이러스의 조립을 억제하는 약제개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전임상연구를 통해 '시클로피록스'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이루는 단백질 입자들의 조립을 억제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B형 간염바이러스의 생성이 억제되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B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 다양한 약물과 약물디자인을 탐색했으며, 미국 FDA에서 승인된 물질 1000여종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약물 '시클로피록스'를 발굴했다.
진미선 GIST 교수(생명과학부)는 시클로피록스가 이미 조립이 이루어진 B형 간염바이러스 단백질 입자내로 들어가 구조를 변성시키고 조립된 단백질 입자를 풀어줘,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B형 간염바이러스를 파괴함을 밝혀냈다.
비임상 시험을 주도한 조유리 차의과대학 교수는 사람의 간세포로 대체된 '인간화된 간 마우스(humanized liver mouse)'에서도 경구투여된 시클로피록스가 B형 간염바이러스 억제를 확인했으며, 비임상 독성시험 또한 활성농도대비 독성 농도가 높아 안전성이 있음을 제시했다.
박성규 GIST 교수는 "향후 개발된 치료제와 중합효소를 억제하는 기존 약물치료제를 병행한 후속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B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를 위한 새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세계적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6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