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공주 치료감호소 조차 정신질환자 약물 처방만
조성남 소장 "전문 치료 시설·인력 부족...정부 지원 절실"
국가가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치료감호법)에 따라 설립·운영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공주 치료감호소'. 공주 치료감호소는 1050명에 달하는 피치료감호자가 있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6명(질병 휴직 2명 제외)에 불과하다. 일본에 비해 20배 가량 많은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법원이 각종 중독 장애·정신질환자 등의 피고인에게 '치료감호'를 선고해도, 정작 교정기관에서는 체계적인 치료를 하지 못한 채 약물 처방만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조현병 증세를 동반한 자폐 장애를 가진 피고인에게 치료감호 판결을 내리면서 국가는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감호시설을 설립·운영할 것을 촉구했다.
법원이 피고인에게 치료감호를 선고하면서 적정한 판결의 집행을 위해 국가가 치료감호시설을 설립·운영하라고 촉구한 판결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근래 조현병 환자의 범행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처벌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된 것과 연관이 있다.
조현병 환자나 자폐성 장애 환자들에게 형벌을 부과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하다. 또 가족들만 온전히 부담하고 있는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국가와 사회가 분담해야 하고, 이를 위해 치료감호시설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정신의료기관은 공주 치료감호소가 유일하다. 문제는 자폐 장애인을 돌볼 수 있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설 및 프로그램이 없다는 데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치료감호소시설을 확충하고, 운영실태를 내실있게 함으로써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를 도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판단, 국가가 나설 것을 주문했다.
법원으로서는 현행법에 따라 피고인에 대해 치료감호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치료감호를 포함해 현행 교정·교화 정책 전반에 대한 시각의 전환을 촉구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공주 치료감호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개선할 과제는 무엇인지 조성남 공주 치료감호소장을 통해 들어봤다.
<일문 일답>
Q.먼저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심신미약으로 인정돼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치료감호소 내 전문 치료시설이나 전문 인력이 없는 상황이다. 치료감호법에 치료명령제도도 있어서 이를 활용해 전문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Q.공주 치료감호소 현황(의사 인력 및 치료 프로그램)은 어떤가? 판결문에는 자폐 장애를 가진 피치료감호자에게 단순히 약물 복용을 지시하는 것 외에 사회 적응력 향성을 위한 다른 치료, 교육, 훈련 과정을 전혀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 현재 의사는 20명 정원에 11명이 근무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7명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질병 휴직 2명을 포함하면 9명이 모자란다.
현재 6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1050여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1인당 160여명을 진료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보건복지법)에서는 입원환자 60명당 정신과 전문의 1인이 담당하게 돼 있다. 치료감호소는 거의 3배에 가까운 환자를 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소아청소년 자폐 장애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와 언어치료사·재활치료사 등 특수치료사와 같은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하지만 치료감호소는 전혀 없는 상태다.
시설도 안전장치를 갖추고 24시간 밀착 관리해야 하므로 간병인을 포함해 일반 정신과 병실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 치료감호소는 자폐아를 돌볼 인력이나 시설이 없어 일반 정신과 병실에 일반 정신과 환자와 함께 수용하고 있다. 전문적인 치료가 어렵다.
자폐 장애 환자가 나타내는 행동 장애에 대해 약물치료 정도만 해 줄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현재 정원상 9명의 의사를 충원하지 못한 상태다. 정신보건복지법을 준수하자면 1200명에 20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다. 12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Q.외국의 경우 치료감호(시설)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국내 현실과 비교 설명한다면?
- 외국의 치료감호시설은 환자 1인당 1∼2명의 의료진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200명 정원에 400명의 직원이 담당하고 있다.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은 의사 1인당 치료감호환자 8명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배 가량 많은 환자를 맡고 있다.
Q. 치료감호소에서 특수재활치료, 교육 및 훈련 등은 어떤 게 있나?
- 의사 부족으로 정신치료 등 제대로 된 면담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태로 문제환자들 위주로 볼 수밖에 없다.
현재 약물치료 위주로 하고 있으며, 특수치료과에서 음악·미술 등 소집단치료 및 대집단치료를, 사회정신과에서 제과·제빵 등 직업훈련 등을 시행하고 있다.
알코올과 약물 중독의 경우 약물치료 외에 정신치료, 매트릭스-K, 행복 48단계, 분노관리, 12단계 촉진치료, 인지행동치료와 재발예방교육 등을 정신보건 간호사, 정신보건 임상심리사와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이 담당하고 있다.
성적장애환자에게는 성충동 억제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소집단심리치료, 소집단 음악 및 예술치료, 정신건강교육프로그램 등을, 정신보건 간호사·정신보건임상심리사·정신보건사회복지사 등이 진행하고 있다.
Q.치료감호소는 범죄자의 정신건강 치료뿐만 아니라 향후 사회복귀 시 재범을 막기 위한 예방적 기능도 있다고 본다. 치료감호가 왜 중요한지 설명해 달라.
- 치료감호는 정신질환이나 중독, 성적 장애 등의 병으로 인해 일어난 범죄를 치료를 통해 재범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이다.
기본적으로 개인을 위한 치료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재범을 예방하도록 치료하는 것이다.
피치료감호자는 정신질환과 범죄가 같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신질환자들보다 더 철저하고 더 효과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의료진과 장비, 시설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시설이나 의료장비, 인력은 일반 병원보다 턱없이 모자란다.
Q.국가가 운영하는 치료감호소가 더 늘려야 하나?
- 점차 치료감호 환자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치료감호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
외국은 소규모의 치료감호병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해 치료 후 지역사회와 연계해 재활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예산을 더 늘려 치료감호시설을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Q.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 치료감호제도는 범죄의 원인이 정신질환이기 때문에 치료를 통해 재범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재범을 예방해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법정신의학의 발전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연구할 법정신의학연구소 설립과 함께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과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