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간병인, '움직이는 감염 시한폭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간병인, '움직이는 감염 시한폭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6.1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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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관리 교육 전무…병실 서 환자와 24시간 상주 2차 감염 위험성 노출
병원 이전 단계 '감염관리 교육 의무' 필요…정부 예산지원 현실적 대안

# 사례 1.
2015년 메르스 당시직간병인 5명이 메르스에 감염.
# 사례 2.
2019년 4월 경기도 안양시 A대학병원에서 홍역 집단 발병. 감염자는 간호사와 환자 간병인.
# 사례 3.
2019년 4월 12일 SBS 보도 - 간병인들이 환자가 쓰던 오염된 매트를 돈을 받고 다른 환자에게 빌려줌.

메르스 때 간병인 5명 감염…간병인, 감염관리 사각지대
2015년 우리나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메르스 감염 간병인이 5명이 발생하는 등 간병인이 병원의 '감염 사각지대'로 떠올랐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간병인은 감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경기도 안양시 A대학병원에서 홍역이 집단 발병했는데, 감염자 가운데 간호사와 환자 간병인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난 4월 12일 SBS 보도에 따르면 간병인들이 환자가 쓰던 오염된 매트를 돈을 받고 다른 환자에게 빌려주는 실태가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감염관리 안전대책을 여럿 제시했고, 병원들도 병문안 문화를 개선하고 병동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감염관리를 위해 병원에만 무한 책임을 묻고 있는 현실이고, 대부분 병원은 감염관리 전담 인력 확충 및 병원 내 모든 인력에 대한 감염관리 교육을 버거워하고 있다.

또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과 거동이 불편한 입원환자가 집중된 요양병원은 감염관리 전담 인력은 물론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에 대한 감염관리 교육도 못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은 감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지만, 병원에 소속돼 있지 않은 간병인과 요양보호사 등은 자체적으로 감염관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감염은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메르스 사태와 같이 국가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간병인 감염관리 교육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책임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병실 서 24시간 상주 2차 감염 확산 위험성 그대로 노출
간병인은 병원,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에서 환자 보호자를 대신해 환자를 간호하고 돌보는 일을 담당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목욕시키고 대소변 배출을 도와주며, 환자가 거동할 때에는 휠체어를 밀어주며 함께한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의 체온·맥박·호흡수를 측정하고 기록하는 것은 물론 환자가 먹는 음식 및 음료의 양과 내용을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환자에게 음식을 먹여주기도 한다.

이 밖에 병실의 청소를 담당하는 등 환자 주변의 위생 상태를 관리하고, 환자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말벗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 환자가 침상에서 이동하는 것을 돕고, 심호흡이나 기침을 할 수 있도록 거들어 주며, 약을 먹여주고 확인하는 일, 검사물 채집, 의사 회진 시 환자 상태에 대한 경과보고, 증상과 증후 관찰 등의 일을 수행한다.

이처럼 간병인은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북적이는 병실에서 짧게는 1주일, 길게는 몇 개월에 걸쳐 환자를 돌보고 있는데, 문제는 각종 감염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또 1명의 간병인이 다인실에 입원한 환자 전체를 돌보기도 하는데, 이는 2차 감염 확산을 일으키는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병원 내 직원도 아니다보니 간병인 대상 교육 한계
이런 이유로 간병인에 대한 감염관리 교육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감염 예방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은 간병인이 여전히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간병인은 보통 개인적 소개나 학원의 추천, 또는 간병용역업체를 통해 병원 및 의원, 사회복지단체, 노인복지시설,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에 취업하거나 환자의 가정에서 근무한다.

가장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간병인 종사자 수는 19만 5000여명으로 파악됐고, 조선족 등 외국인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간호학원, 여성회관, 복지회관, 적십자회관, YWCA, 자활후견기관 사회적 일자리 등에서 간병인 교육과정을 받고 일선에 투입된다.

그러나 이곳에서 감염에 대한 교육이 의무적으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간병인이 있는 병실은 언제든지 감염 위험에 무방비 상태임을 알 수 있다.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병원 소속 직원도 아니고 자주 이동을 해 병원에서도 간병인에 대한 감염관리 교육을 하는데 많은 한계가 따른다"고 토로했다.

병원 이전단계서 '감염관리 교육' 중요…정부 책임론 솔솔
엄중식 가천의대 교수(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는 "감염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홍역을 치렀음에도 관련 법령에는 환자와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고 있는 간병인에 대한 감염관리 교육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의료기관인증평가 기준에 병원을 출입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감염관리 교육을 하게 돼 있을 뿐, 이들에 대한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정부의 무감각한 감염관리 정책이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간병인 중 상당수가 외국인이거나 조선족 동포인데, 이들에 대한 교육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간병용역업체로부터 감염관리 교육을 한 뒤 병원에 투입하도록 강제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

엄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병용역업체에서 감염관리 교육을 하는 것인데, 간병용역업체가 손해를 보면서 교육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정부가 교육비용을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무엇보다 "감염관리 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간병인을 하도록 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환자 보호자와 간병인 간 관계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병원 내 감염관리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하고 간병인 관리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형식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2014년 전국 26곳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간병인이 병실에 상주할 때 감염 발생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조사에서는 간병인과 보호자가 상주하는 병동의 병원 내 감염 발생률은 1일 1000명당 6.9명으로 간병인 및 보호자가 상주하지 못하는 병동(1000명당 2.1명)보다 3배나 높았다.

다시 말해 간병인이 있을 때 감염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병원 및 정부 차원에서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통계자료다.

간병용역업체 감염관리 교육비…정부가 예산지원 바람직
요양병원도 감염관리 전담 직원이 부족해 병원 내 직원 및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에 대한 감염관리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최근 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요양병원 감염관리 전담 직원 현황 자료가 발표됐다. 요양병원 209곳 중 감염관리 전담 직원이 있는 곳은 2곳뿐인 것으로 나타났고, 감염관리 일과 다른 일을 병행한다는 응답이 160곳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요양병원 한 관계자는 "요양병원은 간병인과 요양보호사의 잦은 이동으로 인해 감염관리 교육이 어렵고, 실제로 감염관리 전담 인력도 없어 특별 대책 나오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메르스와 같은 상황은 재현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2012년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뢰해 280곳 의료기관 입원환자 2만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원 환자의 37%가 간병인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건보공단의 또 다른 보고서(2010년)를 보면 전체 간병인의 70%가 간병소개업체를 통해 일자리를 구했고, 종합병원 11곳에서 일하는 간병인 7997명 중 1.7%, 병원급의 경우 간병인 1만 5300명 중 1.8%만이 병원에 직접 고용됐을 뿐이다.

엄중식 교수는 "간병인은 병원 내 통제가 불가능한 만큼 간병 이전 단계에서 감염관리 교육을 이수한 자만 병원에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에서 감염관리 교육을 더 집중해서 할 있도록 감염관리료 등을 인상해주는 것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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