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방지 최선 다했는데 건보공단 구상금까지 배상?

낙상방지 최선 다했는데 건보공단 구상금까지 배상?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6.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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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대학병원 중환자실 입원환자 낙상사고…법원, 구상금 60% 배상 판결
매뉴얼대로 최선 다했는데 책임 물어…주의의무 수준 어디까지 '논란'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료진이 낙상 고위험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다 했음에도 낙상사고에 대해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병원 의료진이 낙상 위험도 평가도구 매뉴얼에 따라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평가하고, 사고 방지에 필요한 조처를 다했음에도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앞으로 의료진들이 낙상 환자 관리를 위해 어느 수준까지 노력해야 하는 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최근 K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가 침대에서 떨어져 뇌 손상을 입은 사고로 인한 치료비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원고)이 건강보험재정 지출의 책임이 있다며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 60%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K대학병원은 "환자를 낙상 고위험군 환자로 분류해 낙상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병원의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2017년 12월 7일 금성담낭염으로 K대학병원에 입원, 경피적 담도 배액술 및 도관 삽입술(PTGBD insertion)을 받았다. 수술 이후 혈압 저하, 고열, 패혈증이 생기자 중환자실로 옮겨 고유량 비강 캐뉼라 산소투여 등의 치료를 했다.

K대학병원은 A씨를 낙상 위험도 평가도구 매뉴얼에 따라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분류, 낙상사고 위험요인 표식 부착, 침대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침대바퀴를 고정, 사이드레일 올림, 침상난간 안전벨트 사용 등 낙상 방지를 위한 조처를 했다.

A씨에게도 여러 차례 걸쳐 낙상 방지 주의사항을 교육했다.

A씨는 2017년 12월 11일 오전 4시경 중환자실 침대에서 떨어져 뇌 손상을 입는 사고(낙상사고)를 당했다.

K대학병원이 작성한 간호기록에 의하면, 간호사는 낙상사고가 발생 직전인 오전 3시 25분경 A씨가 '뒤척임 없이 안정적인 자세로 수면 중인 상태'를 확인했으며, 오전 3시 45분경 'PTGBD 배액 중'이었는데, 오전 4시경 '쿵하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침상 난간 안전띠와 침대 난간을 넘어와 엉덩이 바닥에 닿아있는 모습을 발견함과 동시에 뒤로 넘어지며 머리를 찧는 상황'을 발견했다.

당시 K대학병원 중환자실은 간호사 1명이 환자 3명을 담당했다.

건보공단은 총 1억 6665만원의 진료비에 대해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건보공단은 사건 당시 A씨는 수면 중인 상태였고, 낙상사고는 K대학병원의 관리 소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K대학병원은 A씨를 낙상 고위험군 환자로 분류해 낙상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므로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모든 증거를 종합해도 환자 A씨가 어떤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져 낙상사고가 일어난 것인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A씨는 수면중인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고, 달리 환자 A씨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자료가 없는 점, 사고 장소가 중환자실이었고 환자 A씨는 낙상 고위험군 환자로 분류할 정도로 낙상의 위험이 큰 환자이므로 병원의 더욱 높은 주의가 요구됐다고 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낙상사고에 관해 병원이 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가 다소 불명확한 점 ▲병원도 낙상사고 방지를 위해 상당한 정도의 조치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환자 A씨는 혈액응고도가 낮아 이 사건 낙상사고로 인한 피해의 정도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 건보공단에 구상금 9999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건보공단은 구상금을 100% 지급해야 한다며 항소한 상태다.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낙상 및 감염 등은 100% 완벽히 예방할 수는 없다"면서 "의료진의 주의의무를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까지 기울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도입해 보호자가 없는 병원에서 낙상사고가 일어나면 건보공단의 구상금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보공단이 100% 예방할 수 없는 낙상 사고를 이유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하게 하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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