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벚꽃
사내의 긴 머리에 떨어진 꽃잎이
머리 숲을 헤치고 들어가면,
여자의 사진이 되어
눈에 밟힌다
사내가 조는 사이
미용사 가위 끝에서 잘려 나간 사진이
잘려 머리카락이 된 사진이,
조금씩 기억을 떠올리는 여름 해변처럼
그렇게 아득하다
어제 사내가 차려준 식탁 위에 떨어지던
사월 벚꽃은 밤하늘에 치솟아 올라
끝없는 별이 되었다
마지막 남은 꽃잎 하나 팔랑,
전화기 속으로 떨어지면,
경쾌한 여자의 웃음소리가 저만치서 들리는
이리도 환한 날,
사내의 어깨가
깃털처럼 가볍게
솟아 오른다
대구 박언휘종합내과의원/한국문학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2012)/<문학청춘> 등단(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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