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관리' 신뢰 높이고 전문가적 자율성·진료권 보장
독립적이고 권위 있는 면허관리기구 설립 반드시 필요
캐나다 온타리오 주 의사면허관리기구(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 of Ontario, CPSO)는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약 3만 여명의 의사 면허를 총괄 관리하는 자율기구이다. CPSO는 토론토대학, 토론토 종합병원, 어린이병원, 암병원 등이 모여 있는 토론토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다.
'면허관리기구 설립을 위한 대한의사협회 북미방문단'은 2019년 6월 5일 CPSO를 방문하여 CEO인 Dr. Nancy Whitmore, 회장인 Dr. Peeter Poldre, 그리고 Medical Advisor인 Dr. Michael Szul로부터 CPSO에 대한 소개와 온타리오 주 면허 관리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에 관한 질의와 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의사면허관리기구(CPSO) 역할과 권한
CPSO는 온타리오주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주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온타리오주의 모든 의사들은 의무적으로 CPSO에 가입하여야 한다. CPSO의 업무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 온타리오 주에서 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면허(certificates of registration)를 발급하는 것, 둘째, 동료 평가와 보수교육 등을 통해 진료의 표준을 감독하고 유지하는 것, 셋째, 진료에 관한 정책 수립, 넷째, 주민을 대신하여 의사에 대한 불평사항들을 조사, 해결하고, 전문가 윤리 위반 행위나 부적격 의사를 징계하는 것이다.
CPSO의 역할과 권한은 보건전문직규제법(Regulated Health Professions Act, RHPA) 및 의료법(Medicine Act)를 통해 부여되는데, 특히 RHPA는 CPSO의 조직이나 운영을 규정하고 있다. CPSO는 32명에서 3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평의회(council)을 통해 운영되는데, 이 중 16명은 매 3년마다 지역 의사들이 선출하며, 3명은 온타리오 주의 6개 의과대학 교수 중에 선출한다.
그리고 의사가 아닌 공공 위원은 13명 이상, 15명 이하이며 정부에서 임명하고 임기는 정부가 정한다. 교수 위원과 공공 위원은 연임이 가능하다. CPSO에는 징계위원회, 조사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13개 위원회가 있다.
CSPO의 자율규제는 '적정 개입 규제(right-touch regulation, 이하 RTR)'를 지향한다. RTR은 위험의 정도를 먼저 평가한 후 그 위험에 맞는 적정한 수준의 규제를 하는 것으로, 다음 6가지 원칙에 따라 시행된다.
1 균형적 개입(proportionate) : 필요시에만 개입하며, 위험의 정도에 비례하는 수준의 개입이 되어야 한다.
2 일관성 있는 개입(consistent) : 규칙과 표준에 따른 공정한 개입이어야 한다.
3 표적 지향적 개입(targeted) : 문제에 집중된, 부작용을 최소화한 개입이어야 한다.
4 투명한 개입(transparent) : 규제자들은 공개되어야 하며, 규제는 단순하고 사용자 친화적이어야 한다.
5 납득 가능한 개입(accountable) : 규제자들은 자신의 결정이 정당함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하며, 기꺼이 공공의 감시 감독 대상이 되어야 한다.
6 유연하고 기민한 개입(agile) : 규제는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며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CPSO '핵심' 조사, 불평 및 보고위원회
CPSO의 여러 위원회 중 가장 핵심은 조사, 불평 및 보고 위원회(Inquiries, Complaints and Report Committee, ICRC)와 징계위원회(Discipline Committee)이다.
ICRC는 불평(complaints)과 보고(reports)를 다룬다. 불평은 주로 환자나 보험회사 등과 같은 제3자 집단으로부터 제기되며, 의사의 불친절, 과잉진료, 진료기록이나 진단서 관련 문제에서 환자 비밀 누설, 성추행에 이르기까지 진료 과정에서 환자들이 느낀 모든 불만 사항을 말한다.
보고는 주로 병원이나 동료 의사, 혹은 의료진에 의해 제기되는 것들로 의사의 음주나 약물 문제, 건강 문제, 역량 문제 등이 포함된다. 온타리오 주에서는 1년에 대략 1억1천만 건 이상의 환자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 CPSO에 제기되는 불평 혹은 보고는 연간 2,500~3,500건 정도라고 한다. 모든 불평 혹은 보고들은 법률에 의해 반드시 다루어져야 하며, 56명의 위원들과 50명 이상의 조사 요원들로 구성된 ICRC에서 신속히 처리되는데, 대개의 불평은 접수 48시간 이내에 처리되어 결과를 회신해 준다고 한다.
의사의 건강 문제나 역량 문제의 경우 2018년에 모두 78건의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그 중 약 50%는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였고,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이 28건,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등 신체장애가 19건, 치매 등 인지 장애가 18건, 간염이나 AIDS 등 전염성 질환이 2건 이었다.
이들은 진료를 계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평가를 받게 되는데, 2018년의 경우 약 절반이 의사로서의 활동을 중단하였다.
징계위원회
ICRC에 접수된 불평 및 보고 중 약 2% 정도는 그 사안이 중대하여 징계위원회로 회부된다. 주로 진료 표준을 지키지 못했거나, 품위 손상, 전문가로서의 명예나 행동 규범을 지키지 못한 경우, 의사답지 못한 행동(난폭 보복 운전이나 음주 폭행 등), 성범죄 등이 대표적인 징계 사유이다.
징계위원회는 평의원 중 공공 위원 8명, 의사 위원 9명과 평의회 위원이 아닌 27명의 의사로 구성된다. 이들은 징계 사안에 대해 우선 청문소위(hearing panel)를 구성하여 청문회(hearing)를 진행하는데, 청문소위는 공공 평의회 위원 2명, 의사 위원 1명, 그리고 평의회 위원이 아닌 의사 2명으로 구성된다.
청문회는 해당 의사와 그의 변호사, CPSO측 변호사, 5명의 청문소위 위원, 기록관, 그리고 독립적으로 법률적 절차에 대해 조언해 주는 법률자문관 등이 참석하여 진행되며 일반 시민과 언론에게 완전히 공개되어 누구든 청문회를 방청할 수 있다.
청문회는 통상적인 재판과 동일한 형식으로 진행되며 증인 심문이나 선행 사례 검토 등도 포함된다. 청문소위 위원들은 청문 절차를 종료한 후 유, 무죄 판결과 징계 수위 결정을 한다. 전체 징계 건수의 약 70% 정도는 해당 의사가 자신의 행위의 사실관계 및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곧바로 협상을 통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 경우 보통 3시간 내외에 모든 절차가 종결된다.
그러나 약 30%는 당사자가 징계 사유를 인정하지 않아 법률 공방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징계 결정을 내리기까지 빠르면 하루 안에 이루어지며, 최장 70일 정도 소요된다.
징계의 종류는 견책, 면허 제한, 면허정지, 면허취소 등이 있으며, 드물게 벌금 부과를 하는 경우도 있다. 청문회 비용도 징계를 받은 의사가 부담하여야 한다.
당사자가 징계 결과에 불복하면 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항소는 온타리오주 지방법원에 할 수 있으며 드물게 온타리오 항소법원, 그리고 매우 드물게 캐나다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지방법원은 항소를 기각하거나, 다른 청문소위에서 재청문(re-hearing)을 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법원에 의해 번복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징계 대상 의사가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 CPSO는 대개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만일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해당 의사는 징계위원회에서도 유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반대로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에도 징계위원회는 이와 무관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징계 결과는 CPSO 웹사이트를 통해 대중에게 공표된다. 시민들은 특정 의사의 징계 여부나 내용을 웹사이트에서 찾아 확인할 수 있으며, 징계의 내용과 사유에 대한 세부 사항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청문회를 방청한 언론에 의해 보도될 수도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결론
CPSO는 약 300명 이상의 직원과 수많은 위원회 위원들이 운영하는 대규모 조직이며, 여기서 시행되는 일련의 면허관리 사업들은 엄격한 절차와 형식을 준수하며 진행하므로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와 같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모든 온타리오 주민과 의사들이 납득하고 수용할 만한 수준의 면허 관리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의사 사회에 훨씬 더 큰 사회적 이익, 즉 의사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 의사들의 전문가적 자율성 보장, 진료권 보장 등의 보상을 돌려줄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비록 초기 투자비용이나 운영비용이 많기는 하겠으나 제대로 된, 선진국형 면허관리를 할 수 있으려면, CPSO와 같은 독립적이고 권위 있는 면허관리기구의 설립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