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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혈 두드리기', "혈자리 누르고 밝은 노래 흥얼" 신의료기술?
'경혈 두드리기', "혈자리 누르고 밝은 노래 흥얼" 신의료기술?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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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정적 감정은 경락체계 기능 이상' 이론...경혈 자극해 뇌조율?
의료계 "보조요법도 안 될 엉터리 치료법...애꿎은 국민만 피해"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감정자유기법(EFT, Emotional Freedom Techniques) 이른바 '경혈 두드리기'가 한방 최초 신의료기술로 등재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당 시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환자(PTSD)에 부정적 감정해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혈 두드리기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췄다"는 평가 결과를 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여 최근 경혈 두드리기를 신의료기술로 인정하는 내용의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 고시'를 행정예고, 해당 기법은 신의료기술 등재 목전에 가 있는 상태다. 

경혈 두드리기, 도대체 어떤 치료법일까? 

한의계에 따르면 감정자유기법은 경혈 두드리기와 확언(確言, 말)을 통해 육체적 통증과 부정적 감정을 해소시키는 치료법이다.

구체적으로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경락체계의 기능이상으로 나타난다'는 전제 아래, 경락의 기시(起始)와 종지(終止)의 정해진 경혈점들을 두드려 자극함으로써 경락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안정시키는 치료법이라는게 대한한의사협회의 설명이다. 

시술은 3단계로 이뤄진다. 이른바 ▲준비단계 ▲기본 두드리기 단계 ▲뇌조율 과정이 그것이다.

2015년 감정자유기법 신의료기술평가보고서에 수록된 '시술방법'. 당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2015년 감정자유기법 신의료기술평가보고서에 수록된 '감정자유기법 시술방법'. 당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나, 선택된 문헌 대부분에서 사용대상이 의학적 혹은 임상적 특징이 결여되어 있다. 연구자의 객관적 평가 없이 환자의 주관적인 설문 평가만으로 결과가 보고돼, 증상 및 삶의 질 개선에 대한 타당한 근거로 보기 어려워 아직은 연구가 더 필요한 단계의 기술"이라며 신청을 반려했으나, 이번엔 다른 결론을 냈다.

각각의 단계는 이렇다.

첫째 준비단계다. 준비단계에서는 후계혈을 두드리며 "나는 (현재의 불편한 증상이)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마음 속 깊이 진심으로 받아들입니다"라는 문장을 3회 반복한다. 이른바 확언이다.

둘째는 기본 두드리기 단계다. 치료목표가 되는 불편한 감정과 증상을 입으로 소리내어 반복, 집중하면서 눈썹과 눈옆, 눈밑, 코밑, 쇄골, 엄지, 검지, 중지, 손날 등의 경혈점을 두드린다.

셋째는 뇌조율 과정이다. 손등쪽의 이른바 중저혈을 두드리면서 눈을 감았다 떠서 동공을 우하방·좌하방으로 이동한다. 이후에는 다시 눈동자를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으로 크게 돌린다. 눈동자를 돌린 후에는 밝은 노래를 1구절 가량 흥얼거리고 1부터 5까지 숫자를 센뒤, 다시 흥얼거리는 과정을 한다.

말하고, 혈자리를 두드리고, 눈동자를 굴리고 노래하는 등 대부분의 과정을 환자가 수행한다는 점에서 자가치료에도 가까워 보인다. 

한의계는 이런 기법이 환자의 부정적 기억과 감정을 완화하는데 효과를 낸다고 보고 공황장애나 스트레스장애·우울장애 등의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한의협은 "감정자유기법은 이미 많은 한의사들이 진료에 활용하고 있는 치료법"이라며 "한의원과 한의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후 한의사의 지도와 감독 아래 환자가 스스로 시행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혈자리를 짚으며 괜찮다고 말하고 노래하는 것이 어떻게 치료법이 될 수 있느냐"며 "치료가 아닌 보조요법이라도 놀라울 판에, 이것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를 위한 신의료기술이라는 게 황당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도 세분화된 영역으로, 임상적 특성이 다양해 특히나 세심한 접근과 치료가 필요한 분야"라고 짚은 이 관계자는 "엉터리 치료법이 만연하게 된다면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반발, 6월 26일 보건의료연구원(NECA)을 방문해 항의하면서 "어떤 근거로 경혈 두드리기가 환자에 유효하다고 판단했는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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