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성 인정 어렵다더니, 신의료 인정 핵심 근거로 둔갑
NECA "소위에서 정한 평가기준 달라져, 절차대로 진행"
감정자유기법 이른바 '경혈 두드리기' 신의료기술 인정의 결정적 근거가 된 논문이, 4년 전 평가 때 낙제점을 받았던 것과 동일 논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에는 "의학적·임상적 특징이 결여되 있고, 연구자의 객관적 평가없이 환자의 주관 평가만으로 결과가 보고돼 유효성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은 연구가 이번에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근거로 해석됐다.
앞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한방 경혈 두드리기 기법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환자(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의 부정적 감정해소 등에 안전하고 유효한 기술로 판단됐다며, 신의료기술로 평가했다.
보건복지부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를 받아들여, 경혈 두드리기를 신의료기술로 추가하는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 고시'를 최근 행정예고했다.
사실 경혈 두드리기 기술은 지난 2015년 한 차례 신의료기술 평가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비침습적 시술이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환자 증상완화 등 효과성을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평가와 함께다.
그 사이 무엇이 달라졌기에 드높은 신의료기술 평가의 문턱을 넘은걸까?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평가과정에서 결정적인 근거로 채택 된 논문은 모두 2편이다. 본지가 최근 다룬 바로 그 논문이다<관련기사: '경혈 두드리기' 근거 논문 "분석할 가치도 없다">.
문제는 이들 논문이 지난 2015년 평가 때도 주요한 참고 문헌으로 다뤄졌다는 점이다.
당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해당 논문을 들여다본 뒤 "선택된 문헌 대부분에서 사용대상이 의학적 혹은 임상적 특징이 결여되 있고 연구자의 객관적 평가가 없이 환자의 주관적인 설문 평가만으로 결과가 보고돼 증상 및 삶의 질 개선에 타당한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현재 의학계 전문가들의 평가와 다르지 않은 결과다.
그러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결론은 4년 만에 뒤집혔다. 동일 논문을 근거로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은 것.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이번 재평가 결과를 내놓으며 "손가락으로 경혈점을 두드리는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아 안전하며, 고식적 치료 등과 비교 시 유의하게 증상 완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감정자유기법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부정적 감정 해소 등 증상을 개선하는데 있어 안전하고 유효한 기술"이라고 밝혔다.
그 사이 무엇이 달라진걸까?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관계자는 "2015년 평가 때 다뤄졌던 그 논문(과 동일한 논문)이 맞다"면서도 "(재신청 당시)근거 문헌이 1편 이상 추가되면서 요건을 갖춰 재평가가 시작됐다. 재평가 과정에서 200여편 이상의 논문을 살폈으나 소위원회에서 정한 사용/배제기준에 따라 해당 논문들이 최종 선택문헌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동일 논문을 놓고 다른 결론을 내린 이유에 대해 "심사를 위임받은 소위원회에서 평가를 시작하기 전, 평가지표와 방식 등을 정하는 평가계획서를 마련한다"며 "지난 평가에서는 몸에 대한 지표(신체반응 등 객관적 지표)가 포함된 반면, 이번 평가에서는 환자 증상 완화 척도를 주요 평가지표로 삼으면서 결과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신청 접수시 심도있는 심의를 위해 관련 전문가들로 소위원회를 구성, 소위에서 세부적인 심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위 심사가 끝나면 이를 받아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여부를 정한다.
감정자유기법 신의료기술평가 때는 모두 7명으로 소위원회가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인을 제외하고 한방신경정신과 3인·한방부인과 1인·근거기반의학 1인(한방내과) 등 5명이 한의사였다.
소위 심사결과에서는 감정자유기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인정된다는데 힘이 실렸다. 이를 넘겨받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도 격론 끝에 이런 결론을 받아들였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한의사 2인을 포함해, 총 20명의 의사로 구성되있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관계자는 "일부 의사(출신 위원)들이 반발, 인정을 거부하기도 했으나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고 당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