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전면 허용 시 '무분별한 낙태'·'청소년 임신 증가' 걱정된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여론조사 결과…성윤리 바탕 성교육 필요
국민 10명 중 8명은 산부인과 의사의 양심적 낙태 시술 거부에 대해 존중해 줘야 한다며 '산부인과 의사의 낙태 거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3명은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낙태를 반대했다. 낙태 전면 허용 시 무분별한 낙태 증가와 청소년 임신 증가를 가장 우려했다.
특히 국민 2명 중 1명은 원치 않은 임신이고, 아이를 양육할 의사가 없을 때 낙태를 선택한다고 응답했다.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 11일 형법(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에서 정한 낙태죄를 '헌법 불합치'로 결정하면서 2020년 말을 시한으로 관련 법안을 개정하도록 주문했다. 문제는 낙태를 둘러싼 세부 쟁점의 양과 난이도를 고려하면 개정 입법 시한이 너무 짧다는 것.
낙태에 관한 헌재 결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오는 7월 8일 '낙태죄 헌재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정책토론회'를 앞두고 낙태 관련 시민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낙태 관련 여론조사는 ▲낙태 허용 여부 기준 ▲낙태 전면 허용에 따른 문제점 ▲낙태 제한적 허용에 따른 문제점 ▲낙태 예방에 필요한 정부 정책 ▲낙태와 입양 중 보다 나은 선택 ▲낙태 시술 거부 의사에 대한 생각 ▲낙태 시술 전문의료기관 지정 필요성 등 7개 항목에 대해 실시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가 '여론조사 공정㈜'에 의뢰, 7월 1일 하루동안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유무선 ARS 전화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총 1001명이 응답했다.
먼저 헌재 결정과 관련 만약 낙태를 허용한다면 낙태 허용 여부의 기준을 언제부터 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29%가 '산모 생명 위험을 제외한 모든 낙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임신 초반부인 12주까지는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23.4%였고,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6주 이전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22.7%, '무조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17.5%를 보였다.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상황에 맞게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모든 낙태를 반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남성(33.0%)이 여성(25.2%)보다 높았고, 19∼29세에서 임신 초반부인 12주까지는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33.8%로 평균보다 높았다. 60세 이상에서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낙태를 반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41.0%로 젊은 층보다 훨씬 높아 세대 간 차이가 컸다.
다음으로 만약 낙태가 허용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에 대해서는 33.8%가 '무분별한 낙태 증가'를 걱정했다.
'청소년 임신 증가' 17.0%, '낙태 강요 증가' 15.2%, '원치 않는 임신 증가' 13.4%, '우려되는 점이 없다' 13.6% 순을 보였다. 무분별한 낙태 증가에 대한 우려는 30∼39세(42.3%), 60세 이상(37.4%)에서 가장 많았다.
낙태가 제한적으로 허용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는 32.4%가 '태아의 생명권이 여전히 침해된다'고 응답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 침해' 26.7%, '영아 유기가 늘어날 것' 16.0%, '출산에 따른 사회·경제적 고충 증가' 11.4% 순을 보였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3.5%를 차지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 침해에 대해서는 젊은 층(19∼29세 38.7%, 30∼39세 31.8%)에서 높았고, 태아의 생명권이 여전히 침해된다는 우려는 50세 이상(50∼59세 36.5%, 60세 이상 38.5%)에서 높아 세대 간 우려하는 부분에 차이가 있었다.
낙태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는 '성 윤리가 바탕이 된 성교육 강화'가 37.5%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강력한 남성 책임법 도입' 20.7%, '미혼모의 사회·경제적 지원 강화' 19.3%, '산모의 신상을 비밀로 해주고 출산을 돕는 비밀 출산법 도입' 16.5% 순을 보였다.
강력한 남성 책임법 도입은 젊은 층(19∼29세 34.1%, 30∼39세 30.7%)이 더 원했고, 성 윤리 교육도 젊은 층(19∼29세 40.6%, 30∼39세 40.2%, 40∼49세 43.8%)의 요구가 높았다.
원치 않는 임신이고 아기를 양육할 의사가 없을 때 낙태와 입양 중 어떤 선택이 좋은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출산 후 입양 선택'(37.4%)보다 '낙태 선택'(49.6%)이 더 높았다. 낙태 선택은 여성이(남성 43.6%, 여성 55.6%), 입양 선택은 남성(남성 42.1%, 여성 32.7%)이 더 많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산부인과 의사의 낙태 거부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낙태시술전문 의료기관 지정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았다.
산부인과 의사 중 양심과 신념에 따라 낙태 시술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서는 '의사들의 양심과 신념을 존중해 줘야 한다'(77.8%)는 응답이 '무조건 시술을 해야 한다'(12.7%)보다 훨씬 높았다.
또 안전한 낙태 시술을 위해 낙태 시술 전문 의료기관을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75.5%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6.5%에 불과했다.
산부인과 의사의 낙태 시술 거부를 존중해야 한다는 응답에서는 40∼49세(82.2%)가 가장 높았고, 낙태 시술 전문의료기관에 대한 요구는 19∼29세(89.1%)가 가장 높았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이번 조사결과 낙태가 생명을 죽이는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고, 의사들의 윤리적 신념과 양심에 반하는 낙태를 하지 않겠다는 직업적 양심을 존중하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단체와 연대해 한 생명이라도 더 보호받고 잘 양육될 수 있는 제도와 법이 만들어지고, 인식의 변화가 되도록 계속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낙태를 줄이는 방법에 있어 성 윤리가 바탕이 된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은 반면, 헌재 판결의 주요 쟁점인 남성에 대한 책임과 태아의 생명을 보존하는 방법인 비밀출산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