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쏠림현상 앞에 놓고 "문케어 탓 아냐" 공방만

대형병원 쏠림현상 앞에 놓고 "문케어 탓 아냐" 공방만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1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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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문케어로 환자쏠림 가속화? 근거 불분명" 작심 발표
의료계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통계 안보인다고 없는 일 되나"

ⓒ의협신문
19일 국회에서 열린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황 분석을 위한 전문가 대토론회'. 이날 심평원 허윤정 심사평가연구소장은 건보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기존부터 있어왔던 누적된 문제로, 문케어로 환자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세라 기획이사(사진 왼쪽)는 "현장의 목소리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진단"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황을 짚어보고 그에 관한 해법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문재인 케어 책임 공방만 하다 끝났다.

기동민·김상희·남인순·맹성규·오제세·윤일규·인재근·정춘숙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은 19일 의원회관에서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황 분석을 위한 전문가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형병원 환자쏠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데 공감했으나, 구체적인 해법에 관한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토론의 대부분이 문케어 책임 공방에 집중된 까닭이다.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황 분석'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이날 토론회는 문케어로 대형병원 환자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각계의 우려와 비판을 반박하기 위해 정부여당이 합심해 마련한 해명자리 성격이 컸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기존부터 있어왔던 누적된 문제로, 문케어로 환자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는 게 주된 주장이다.

여당 보건복지위원 모두가 공동주최자로 참여해 판을 깔았고, 정부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으로 문케어 설계에 관여했다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자리를 옮긴 허윤정 심사평가연구소장이 발제를 맡았으며,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과 김승택 심평원장이 내빈으로 참석해 힘을 실었다.

허윤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span class='searchWord'>심사평가연구소장</span> ⓒ의협신문 김선경
허윤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의협신문 김선경

허 연구소장은 이날 심평원이 건강보험청구자료를 바탕으로 생산한 의료이용 현황분석 자료를 인용 "문케어로 대형병원 환자쏠림이 심화되고 있다고 하나, 2017∼2018년 진료비 증가율은 종합병원이 가장 크다. 상급병원 진료비 증가율은 그 다음으로 의원급과 유사한 10%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병원 쏠림으로 병의원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관수 증가율을 보면 병의원의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반박했다. 폐업 기관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신규 개원이 위축되는 등 불황을 증명할 만한 근거는 없다는 얘기다.

경증환자나 지방거주 환자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급격히 쏠렸다는 근거도 통계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허 연구소장은 "대형병원 진료경향을 분석한 결과 중증환자가 늘고 경증환자가 줄어드는 추세로 확인된다"며 "중증환자가 그간 진료비 부담으로 병원을 잘 이용하지 못하다가 문케어로 본인부담이 인하되면서 병원에 가게 된 것이라면 이는 긍정적인 쏠림"이라고 해석했다.

"환자쏠림 현상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대형병원의 의료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인구고령화와 교통발달, 실손보험 확대 등으로 다양하다"고 언급한 허 연구소장은 "(문케어 이후) 대형병원 환자쏠림이 급격히 가속되었거나 대형병원 진료비가 급증되고 보기는 불분명하다. 향후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정부여당이 문케어로 환자쏠림이 심화되었다는 비판여론을 작심하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인데, 다수 전문가들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현장의 목소리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진단이라는 의료계 전문가들의 얘기였다.  

토론자로 나선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현장의 목소리가 굉장히 심각함에도 탁상에서 하는 얘기만 하고 있으니, 듣고 있기가 굉장히 답답하다"며 "실제 MRI 급여화 이후 첫달부터 환자가 크게 늘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고, 모 대형병원 교수는 감기환자 좀 안봤으면 좋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심각함을 체감하고 있는데 통계상 안나타난다고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대형병원 중증환자 진료가 늘고 경증환자가 줄었다고 하는데, 환자의 중증·경증 여부를 어떻게 코드로 구분할 수 있느냐"고 지적한 이 기획이사는 "심평원의 질병코드는 청구를 위해 임의적으로 만든 것으로, 이를 근거로 한 의료정보는 의료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허당이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올바른 해법마련이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장 상급종병에 심층진료를 전면 시행하면 쏠림을 완화할 수 있으며, 의뢰-회송 또한 각 단계 병원에 맞게 현실화해야 한다"며 "(잘못된 정책판단으로) 병원과 의원이 없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입게 된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성인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의협신문 김선경
장성인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의협신문 김선경

장성인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문케어가 대형병원 환자쏠림에 영향을 미쳤느냐면, 가중이 있었을 것이라는 강한 심증을 갖고 있다"며 "가장 큰 근거는 현장의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통계라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일 뿐, 결과일 수 없다"고 지적한 장 교수는 "현장의 모습을 수치화하기 위해 노력했는데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통계와 현장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찾고 이를 보정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인데, 이를 반대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또한 "전언이나 경험에 근거해 얘기하는 것이 성급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문케어가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쏠려가는 경향에 일조는 하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부회장은 "의료기관 선택을 전적으로 환자들에 맡기고 있으면서 그에 관한 비난의 화살을 상급병원에만 쏟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대형병원 환자쏠림으로 대표되는 전달체계 문제 개선을 위해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문케어 대책이나 지향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없을 것으나,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그 만족도 못지 않게 지금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전달체계 문제는 오래된 숙제로 정부와 의협, 그리고 병협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절실하다. 열린 마음으로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의견 받아 실행방안 만들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이날 토론회는 여당 보건복지위원 모두가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렸고, 정부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으로 문케어 설계에 참여했다 심평원으로 자리를 옮긴 허윤정 심사평가연구소장이 발제를 맡았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과 김승택 심평원장도 내빈으로 참석해 힘을 실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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