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환자쏠림이 착시? 현장은 환자 넘친다

대형병원 환자쏠림이 착시? 현장은 환자 넘친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2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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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의사들 "중증 물론 경증도 포화…문케어 영향"
CT·MRI 야간까지 풀가동…촬영 대기 3개월·판독 1개월 소요
문케어 영향 아니라는 정부 발표 불신..."의료전달체계 대책 필요"

7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황 분석을 위한 전문가 대토론회'. 이날 <span class='searchWord'>허윤정</span> 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은 문재인 케어로 환자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의사들은 정부 발표 자료는 믿을 수 없고,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수가 한계치를 넘어섰다고 정반대 입장을 보였다.ⓒ의협신문 김선경
7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황 분석을 위한 전문가 대토론회'. 이날 허윤정 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은 문재인 케어로 환자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의사들은 정부 발표 자료는 믿을 수 없고,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수가 한계치를 넘어섰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의협신문 김선경

#. 경증환자뿐만 아니라 중증환자 실제로 엄청나게 늘었다.
#. 환자 진료 끝이 없다. 이러다가 환자안전이 위험해질까 걱정이다. 담당 직원에게 연락해 외래환자를 더 받지 말라고 애원한다.
#. 병원이 CT, MRI 장비를 새벽 4시부터 촬영하거나 풀로 가동하는 일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 CT, MRI 촬영 대기 3개월, 판독하는 데 1개월이 걸린다.
#. 병원이 볼 수 있는 환자 수의 한계치를 넘은 지 오래됐다.
#. 빅5병원 중심 환자쏠림이 심각하다 보니 대형병원 간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
#. 경증환자를 돌려보내도 다른 경증환자가 또 찾아온다. 상급종합병원을 오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 상급종합병원장들은 환자쏠림 알면서도 병원 수익 때문에 쉬쉬한다.
#. 정부가 진료 정보 독점하고 있다. 정부 발표자료를 믿을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19일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황 분석을 위한 전문가 대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으로 대형병원 환자쏠림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통계수치를 제시하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허윤정 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은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황 분석' 자료를 통해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기존부터 있었던 누적된 문제"라면서 "문재인 케어로 환자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근거가 통계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케어로 대형병원 환자쏠림이 더 심해졌다는 비판 여론을 작심하고 정면으로 반박한 것. 하지만 일선 상급종합병원 의사들은 현장은 포화 상태라며 반박했다.

상급종합병원 의사들은 "2년전부터 외래 대기환자 수는 2∼3배 늘었고, CT·MRI 촬영의 경우 입원환자는 1개월, 외래환자 수는 최대 3개월 기다려야 촬영이 가능할 정도"라며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자료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진료 현장에서는 "문재인 케어로 인해 환자 수가 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아우성치는데, 정부는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자료를 발표, 의료계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의협신문]은 대형병원 환자쏠림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기 위해 수도권 5개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로부터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수도권 5개 상급종합병원 의사들은 "병원이 환자를 진료하는 데 있어 숫자가 한계치에 다다랐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서 의사들의 과로가 누적되고 있다"며 "의료사고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대형병원 간에도 불균형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중증환자가 늘고 경증환자가 줄어드는 추세로 확인되고, 중증환자가 그간 진료비 부담으로 병원을 잘 이용하지 못하다가 문재인 케어로 본인 부담이 인하되면서 병원에 가게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환자 수 급격히 증가…의사 과로 심각한 수준
A대학병원 교수는 "CT·MRI 촬영 대기 환자가 3개월 이상 밀릴 정도로 병원은 환자 수가 실제로 엄청나게 늘었다. 급격한 환자 수  증가는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암 환자의 경우 CT·MRI 촬영을 빨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촬영 대기 중 병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환자들의 건강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A대학병원 교수는 "다른 병원에서 MRI 촬영을 하고 판독하는데 1개월이 넘게 걸린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사례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 교수는 "빅5병원은 영상 장비를 24시간 풀로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새벽부터 영상 장비를 촬영하고, 촬영한 자료를 분석하는데도 시간이 1개월 걸린다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병원 직원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수술이 밀리다 보니 시술로 대체하는 편법까지 나오고 있다. 환자 안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이 앞선다"고 밝힌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입장에서는 환자가 많아 좋다는 정도를 넘어섰다. 하루 빨리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장성 강화 대책, '우선순위'와 '집중' 방향 설정 잘못
B대학병원 교수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은 우선순위와 집중에서부터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전달체계와 필수의료부터 보장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2∼3인실 급여화 나 MRI 급여화 등 눈에 보이는 것부터 시행하다보니 대형병원 환자쏠림이 더 심해졌다는 것.

최근 서울의 빅5병원 중 한 곳은 유방암 외래 환자가 월평균 4800명을 돌파하고, 지난해 유방암 수술 1500례를 달성했다고 홍보하는데, 유방암은 다른 암 수술보다 고난도 수술이 아닌 것을 고려하면 대형병원에서의 환자쏠림이 늘었음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B대학병원 교수는 "항암요법이나 방사선요법을 할 때 환자들은 대부분 2∼3인실에 며칠 머무르면서 검사를 받는다"며 "이런 현상이 환자쏠림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집중은 자연증가라고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교수들은 환자가 는다고 좋아하면서 입 다물고 있을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인프라가 보충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 등 환자안전을 위해서라도 의료인이자 학자로서의 양심적인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자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B대학병원 교수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있다는 것은 상급종합병원 의사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얘기인데,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이런 지적을 반박하는 자료만 내고 있다"며 "정부는 자신들이 가진 자료를 독점하지 말고 모두에게 공개해 심층분석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문재인 케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이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착시현상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일부 보건복지부 실무자들이 대형병원 환자쏠림에 대한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대한병원협회를 방문했다가 상급종합병원장들이 거절해 아무런 성과없이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빅5병원들도 환자쏠림에 대해 더는 쉬쉬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쏠림' 두고 '공방전' 그만…심층진료 등 대안 제시해야
C대학병원 교수는 한쪽에서는 통계를 보여주고, 다른 한쪽은 심증을 얘기하면서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두고 공방전을 벌이는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 하나 줄고 종합병원이 수십 개 늘다 보니 당연하게 종합병원의 진료비 비중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특진비를 없애기 시작했을 때부터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릴 것으로 예측했고, 입원실 급여화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형병원 쏠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송수가를 만들었지만, 1, 2차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돌려보내도 또 다른 환자들이 더 많이 대형병원을 찾는 상황"이라며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의료계도 문재인 케어로 환자쏠림이 심해졌다는 말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하는 논의도 필요하다"면서 "심층진료수가가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병원은 심층진료로 인해 당장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적정하게 수가를 보전하면 환자수는 감소하면서 병원이 손해 보는 것을 줄여, 결과적으로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빅5병원과 다른 대형병원 간 불균형 우려…국가적 손해
D대학병원 교수는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국민은 병원에 가면 진료비가 무조건 싸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봤다.

D대학병원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것은 사실이고, 중증환자뿐만 아니라 경증환자도 상당히 늘고 있다"며 "경증환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정부와 여당의 말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일부 외래의 경우 교수들은 업무 과중은 물론 수술 등이 지속해서 밀리다 보니 환자를 더 받지 말라고 호소할 정도"라고 현장의 실상을 전했다.

E대학병원 교수도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이 심해진 것이 맞다"고 밝히면서 "빅5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게 되면, 대형병원도 극과 극으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에서도 대형병원들이 있는데,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다 보니 지역 불균형도 심해지고, 지역에 있는 의사들도 환자가 감소하면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손해"라고 지적했다.

E대학병원 교수는 "병원 의사들이 모두 지쳐있다. 해도 해도 일이 끝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환자 수가 일정한 범위를 넘어서면 외래를 막는 일도 비일비재하다"하면서 "대기 환자가 늘다 보니 정말로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보건의료 지표, 의료이용 지도를 제대로 만들어 모든 의료영역에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빅5병원만 있는 것이 아니고, 큰 병원만 살아남아서도 안 된다"고 지적한 E대학병원 교수는 "정부는 현시점에서 보장성 강화로 인한 효과만 보지 말고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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