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병동제' 허용하면 한방병원 진출 물꼬...중소형 요양병원 위기
재활병원협회 24일 성명 "일부 대형 요양병원 재활병동제 주장 멈춰야"
'재활병동제'는 한방병원에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진출의 물꼬를 터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요양병원들이 재활의료기관 지정사업에 용이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재활병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대한재활병원협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재활병동제를 도입하면 재활의료기관의 주류가 한방병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을 한방병원에 통으로 넘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재활의료기관을 꿈꾸고 있는 중소형 요양병원의 경우 재활 환자들이 급격히 줄어 이로 인한 환자들의 혼란과 재활서비스의 질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힌 재활병원협회는 "일부 대형 요양병원이 재활병동제를 주장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재활의료전달체계를 망칠 재활병동제 주장을 더 이상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건강권법)'에 따라 2019∼2022년까지 최소 30개 재활의료기관(총 5000병상 규모)을 지정, 올해 말 경부터 본사업(제1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재활의료기관은 의료법 제3조 제3항 제3호에 따라 '병원급 의료기관' 중에서 ▲재활의학과 전문의 3명 이상(서울·인천·경기 이외의 지역은 2명 이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1인당 입원환자 40명 이하 ▲간호사 1인당 입원환자 6명 이하 ▲전체 입원환자 중 뇌 손상, 척수손상, 근골격계 등의 회복기 재활 환자 비율 40% 이상 등을 충족, 지정을 받아야 한다.
재활병원협회는 "재활병동제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장애인건강권법'을 개정해야 하는 데 요양병원협회의 주장처럼 요양병원에만 재활병동제를 허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법률 개정 과정에서 요양병원 뿐만 아니라 형평성 차원에서 급성기병원·한방병원·종합병원도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의과-한의과 협진'을 표방하고 있는 한방병원들이 재활병동을 대거 개설할 경우 오히려 의료전달체계의 혼란과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밝힌 재활병원협회는 "이렇게 되면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이 누더기처럼 변질돼 수준 높은 회복기 집중재활치료를 위한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활병원협회는 현행 의료법에 한의사도 요양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짚었다.
한의사가 개설한 요양병원 가운데 재활의학과를 개설한 곳은 2015년 말 기준 14개 기관(재활의학과 전문의 17명)에서 2017년 말 기준 30개 기관(재활의학과 전문의 36명)으로 두 배가 넘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재활병원협회는 "한의사가 개설한 요양병원에 재활의학과가 급증한 이유는 재활의학과 전문의·치료사·치료실만 갖추면 손 쉽게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방병원까지 재활병동제를 허용하면 일부 대형 요양병원을 제외한 중소형 요양병원에는 회복기 재활환자가 아예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양병원협회는 일부 대형 요양병원의 이익만을 대변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재활병동제를 허용하라는 주장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밝힌 재활병원협회는 "요양병원협회의 주장대로 재활병동제를 시행하면 우리나라에 회복기 병원 도입은 영원히 불가하게 될 것"이라며 "적은 투자로 손쉽게 개설이 가능한 병동제의 특성으로 인해 다수의 한방병원이 회복기 재활병동을 개설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한 피해는 모두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와 국회에 대해서도 "일부 대형 요양병원 이익만을 위한 무분별한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인구고령화를 맞은 국가 보건의료 공급체계에서 무엇이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인지 지혜로운 판단과 결정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