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의협 회장 "산업·기업·영리 관점서 접근...국민건강 도움 안돼"
의협 25일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사업 추진 규탄...총파업 투쟁 전개"
정부가 디지털헬스케어라는 이름으로 현행 의료법 허용범위를 넘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대한의사협회가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의협은 25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 사업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지는 것을 방관하지 않고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정부와의 전쟁에 임하겠다"고 선포했다.
의협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원격의료 사업을 13만 회원에 대한 선전포고로 규정했다.
의협은 "정부가 시작한 원격의료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민건강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의협 13만 모든 회원에 대한 선전포고"라면서 "국민의 건강을 주판질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무능한 방관자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임은 우리 요구의 시작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이 전쟁에 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정부가 규제자유특구지역으로 선정된 강원도의사회와 사전에 협의한 사실도 없고,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아닌 중소벤처기업부가 대면 진료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대면 진료가 원칙임에도 정부는 원격의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료법(제34조)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고, 산업적·기업적·영리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원격의료는 국민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지난 2일 청와대 앞에서 발표한 의료개혁을 위한 6가지 선결 과제에 원격의료 중단도 포함해 총파업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과 마찬가지로 이번 원격의료 사업 역시 의료계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점도 짚었다.
"의료계와 아무런 협의 없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밝힌 최 회장은 "해당 지역의사회 회원들에게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원격의료 정책이 1년 전과 완전히 달라진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당·정·청은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안' 개정에 앞서 의료영리화 및 상업화의 문제, 수반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기 허용 문제 등을 우려하며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키로 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당시 당·정·청은 원격의료를 산업 육성의 도구로 삼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는 보건복지부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총선을 앞둔 지금, 성과에 목마른 정부는 과거에 스스로 내세웠던 모든 주장에 반하는 원격의료 정책을 의료계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채 시작함을 선언했다. 1년 전 국민을 위해 반대한다던 정책을, 이제는 국민을 위한다는 핑계로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삼아 산업육성을 위해 시작한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불합리한 의료제도에 좌절하고, 동료의 억울한 구속과 죽음에 눈물 흘린 대한민국 의사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이번 원격의료의 시작에 13만 회원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밝힌 최 회장은 "불신을 안겨주는 과거 정부의 행태에 선택의 여지는 남아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의료계와 시민 사회의 격렬한 반대를 묵살한 채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강행하고, 의료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계의 집단휴진 투쟁과 시민 사회와 당시 야당(민주당)의 반발에 직면, 보건복지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채 19대 국회의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