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강화 요구 '꿈쩍 않는 식약처' 자괴감 든다"

"전문성 강화 요구 '꿈쩍 않는 식약처' 자괴감 든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9.08.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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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 식약처 임상심사관, 3주째 국회 앞 1인 시위 계속
"개인이 바꾸긴 힘들지만, 국민이 요구하면 무시 못 할 것"

강윤희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임상심사관이 1일 국회 앞에서 3주째(매주 목요일마다) 1인시위를 이어갔다. 강 심사관은 식약처가 의약품 임상심사 전문성 확충을 위해 의사 출신 심사관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강윤희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임상심사관이 1일 국회 앞에서 3주째(매주 목요일마다) 1인시위를 이어갔다. 강 심사관은 식약처가 의약품 임상심사 전문성 확충을 위해 의사 출신 심사관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임상시험 심사 전문성 확보를 위해 의사 출신 심사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지난달 18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친 강윤희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임상심사관이 3주째(매주 목요일마다) 1인 시위를 이어갔다.

1일 국회 앞에서 만난 강 심사관은 "시위를 시작한 이후 식약처가 대응하는 방식에 답답함을 느끼고, 자괴감까지 든다"며 "앞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 식약처의 의약품 임상심사, 허가, 허가 후 관리 전문성 확충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행동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강 심사관은 "1인 시위 다음 날 식약처에 출근하니 담당부서 부장과 과장이 (1인 시위를)그만두지 않으면 명예훼손 등으로 징계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미리 승인을 받은 18일 연가 결재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사임할 거냐는 반협박성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식약처에서 1인 시위를 관둘 것을 종용하고 압박했지만, 문제 제기를 멈출 생각도, 사직할 생각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만둬도 그만둬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압박에 의해 사직할 마음은 없다"고 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식약처가 빅데이터 업무협약을 통해 의약품 부작용을 관리하겠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참 답답함을 느낀다. 건보공단 데이터로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은 미국의 Sentinel 시스템을 모방하려는 것 같은데, 미국 Sentinel 시스템 인원만 100명이 넘는다. Bioinformatics의 최고 전문가들이 투입되지만 아직도 여러 문제가 있어서 데이터의 신뢰성을 보증하지 못해 실제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는 근거로는 사용하기 어렵다"고 밝힌 강 심사관은 "미국은 이 Sentinel을 10여 년 전부터 준비해서 지금은 full setting으로 들어가는 상황인데, 그것도 병원의 의무기록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건보공단이 가지고 있는 상병에 따른 처방자료로 의약품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식약처가 건보공단과 빅데이터 교류 협약을 맺으면 의약품 시판 후 모니터링이 가능할까"라고 반문한 강 임상심사관은 "확신하건대 5년 뒤에도 아무런 의미있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심사관은 "만약 전산시스템을 이용해서 Sentinel의 전신인 mini-sentinel이라도 구현하려면 현재 20여개의 지역약물감시센터와 연계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식약처는 더이상 그럴 듯한 말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강윤희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임상심사관이 1일 국회 앞에서 3주째(매주 목요일마다) 1인시위를 이어갔다. 강 심사관은 식약처가 의약품 임상심사 전문성 확충을 위해 의사 출신 심사관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강윤희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임상심사관이 1일 국회 앞에서 3주째(매주 목요일마다) 1인시위를 이어갔다. 강 심사관은 식약처가 의약품 임상심사 전문성 확충을 위해 의사 출신 심사관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식약처가 여러 번 강조하고 있는 의약품 전주기 안전 관리 방침에도 헛점이 많다고 짚었다.

"식약처는 전주기라는 단어를 남발하는데 제발 그 의미를 알고 사용하기 바란다"고 지적한 강 심사관은 "의약품의 전주기 안전성이란 개발 단계 임상시험의 안전성 내용을 허가에 반영하고, 이에 따라 허가 시 안전성 관리계획을 개발사와 의논해서 확립하고 이 안전성 관리계획과 연계해 시판 후 안전관리를 하는 것인데 현재 식약처 내에서 연계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심사관은 "내부에서 임상시험 중 안전성 정보인 SUSAR와 DSUR 검토해서 허가 시 안전성 정보에 적용하고, 각 단계의 안전성 관리를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고 몇 번을 얘기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 그래서 지난해 12월에는 식약처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 의약품 전주기 안전성 관리를 제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의약품 안전성 관리 수준이 '말뿐인, 껍데기 뿐인 안정성 관리'라고 비판 수위를 높인 강 심사관은 "식약처는 따라 갈 수 없는 미국 FDA 흉내를 그만 두고, 기초에 해당하는 DSUR, PSUR이나 제대로 검토하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바이오법)'에 대해서도 아쉬움과 우려를 토로했다. "(법이 허용하는 내용이)환자들이 자기 돈을 내고 치료를 받으면서 3상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꼴인데,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은 이해하지만 이건 아니다. 인보사 사태에도 전혀 교훈을 얻지 못했나 보다.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탐색적 연구는 허용하되 허가는 엄격히 해야 한다. 무분별한 의약품 허가는 제약산업과 바이오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너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심사관은 "식약처 내부 속사정을 국민은 모른다. 임상심사 전문가도 없고 시스템도 없어 외국의 안전성 정보만 참고해 심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내부에서 개인의 힘으로는 식약처를 바꿀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사정을 알려서 국민이 변화를 요구하면 식약처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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