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병원 설립 불승인 부당"..."알면서 지시했다면 '직권 남용'"
인천시 병상 수(11.33) 13위...전국 평균 병상수(13.55) 비해 적어
또다시 '정신병원'설립 불허 통보가 나왔다.
'정신병원' 개설 허가를 둘러싼 갈등이 경기도 오산시 세교지역에 이어, 최근 인천시 서구에서도 발생했다.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은 7월 30일 '원당 사거리 정신병원 개설' 관련 검토 결과를 보고하는 주민설명회에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을 개설 불허 근거로 들었다.
WHO는 인구 1000명당 1개 병상을 권고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서구에는 현재 1058병상이 있다.
인천 서구청은 WHO 권고기준을 초과하므로 정신병원 개설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속사정은 지역 주민의 반대 때문이다.
이런 이유를 들어 정신병원 개설 허가를 불허했을 때 법원은 어떤 판결을 할까?
대법원 연속 '불승인 부당' 판결
앞서, 2018년과 올해에 걸쳐 유사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두 사례 모두에서 재판부는 "정신과 의료기관 개설신고 불가 처분이 부당하다"고 봤다.
2018년 10월 25일, 대법원은 "시군구의 장이 법령에서 정한 요건 외의 이유로 개설신고 불수리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특히 "정신과 의원을 개설하려는 자가 법령에 규정돼 있는 요건을 갖추어 개설신고를 하면 행정청은 원칙적으로 이를 수리해 신고필증을 교부해야 한다"면서 "법령에서 정한 요건 이외의 사유를 들어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올해에도 유사한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2019년 1월 "막연한 우려나 가능성만으로 병원 증설이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정신과 환자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정신병원 증설을 불허한 지역 보건소장에 대해 법원이 '위법'을 판결한 것이다.
김일수 변호사(대한의사협회 보험정책국)는 "인천 서구 정신병원 개설 불허 처분이 법원으로 넘어갔을 때, 재판부는 '위법하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한 판례 2018년과 올해 판례를 볼 때, 재판부는 정신병원에 대해 개설을 허가해 줘야 한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천 서구 정신병원 개설 불가의 경우, 특히 'WHO 권고기준'을 불허 근거로 제시한 점에서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 외의 이유로, 그것도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기준으로 불허를 통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짚었다.
인천은 병상 수 과밀지역?…지역 17곳 중 '13위' 하위권
인천 서구보건소 보건행정과 관계자는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물론 WHO의 권고기준 초과 역시 불허 기준 중 하나로 작용·반영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꼭 그것만이 이유가 된 것은 아니다. 이는 과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서구보건소 관계자는 개설 불가 사유에 대해 "인천시 관내 전체 지자체 중에서도 계양이나 서구 같은 경우, (병상수가) 2배 가까이 초과하고 있다. 서구에 있는 정신의료기관에 실제 서구민이 입원해 치료를 받는 비율이 20~30% 정도인 점도 고려했다. 서구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비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과연 전국에서 병상이 과밀한 지역이라 볼 수 있을까?
2018년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 동향 2018'(2017년 기준) 자료를 살펴보면 인구 1000명당 평균 병상수는 13.55개로 가장 높은 병상 수를 보유한 지역은 광주(28.19개)였으며, 가장 낮은 곳은 세종시(4.79개)였다.
인천(11.33개)의 평균 병상수는 전체 17개 시도 중 13번째로 하위권. 전국 평균보다 적은 병상 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당함 알면서 지시…'직권 남용' 고발도 가능
김일수 의협 의무법제팀 변호사는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지시하는 행동은 '직권 남용죄'로 고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제용진 원장이 개설 허가 신청을 위해 서구 보건소를 방문했을 당시 담당 팀장은 "대법원까지 갈 생각하라"는 말을 했다. 이를 볼 때, 서구 보건소 관계자들은 개설 허가 불허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김일수 의협 변호사는 "유사 판례가 이미 여러 번 나왔다. 구청장이 재판부에서 개설허가를 불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할 것을 알고도, 보건소에 부당한 지시를 했다면 이는 '직권 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어, 고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