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신간]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9.08.0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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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지음/파라사이언스 펴냄/1만 7000원

인간에게 건강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질병이 없다고 건강한 것일까. 경제적 풍요와 사회적 성공까지도 감안해야 할까.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에 대해 "질병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라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을 만큼 육체와 정신이 온전하고 사회적 관계가 준비돼 있는 상태"라고 규정한다.

다양한 접근과 관계가 통섭하는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 몸 안으로 좁히면 '통생명체'라는 개념과 마주하게 된다. 통생명체(holobiont)는 우리 몸과 그 안에 서식하는 수많은 미생물을 함께 생각하며 '미생물과의 공존'에 다가서는 개념이다.

치과의사이며 미생물 연구자인 김혜성 원장(경기 고양·사과나무치과병원)이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를 펴냈다.

저자는 인간과 함께 하는 미생물을 통해 병이 아닌 건강을 이야기한다.

21세기 과학은 환원주의적 태도에 대해 반성하는 흐름을 보인다. 인간이 유전자의 발현뿐만 아니라 환경과 적극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가고 있다. 몸 역시 주위 환경과 미생물이 함께 만드는 생태계이고 통생명체라는 자각이다. 미생물과의 상호 영향을 충분히 인지하고 노력해야 건강도 지키고 노화도 지연시키며, 건강한 노화가 가능하는 것도 알게 됐다. 상식으로의 회귀다.

저자는 ▲하루 한두 번 샤워하고, 세 번 이 닦고, 가능한 아침에 용변보기 ▲하루 두끼만 먹기 ▲1주일에 2∼3회 산행을 하고, 3회 이상 피트니스 하기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출근 전 나만의 공부시간 갖기 등 자신의 생활습관에서 마주하는 미생물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먼저 샤워하고 이 닦고 변비를 조심하는 것은 몸의 미생물관리, 즉 위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생물을 향한 인간의 활동인 위생 개념 역시 박멸·소독 관점보다는 좀 더 생명친화적인 위생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균을 포함한 미생물 가운데는 인간에게 해로운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랫동안 인간과 공존하고 공진화해 온 '내 안의 또다른 생명체'라고 강조한다. 인간 혹은 모든 고등 동식물은 미생물과의 공존체인 '통생명체'라는 인식으로….

두 번째는 먹는 문제다. 몸을 통생명체로 인식하고 미생물을 염두에 둔다면, 무슨 음식을 먹느냐는 더욱 중요하다. 몸 건강에 필요한 미생물이 있다면, 그것은 절대 약으로 다룰 수 없고 음식을 통해서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히포크라테스는 2500년전 '음식이 약이 되게 하라'는 경구를 남겼고, 동양에서 전해지는 '식약동원(食藥同原)'에서도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세 번째는 운동이다. 운동을 하면 몸이 달라지고, 몸 속 미생물도 달라진다. 노화는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최대한 늦추고, 사는 날까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하며 살기 위해서는 운동이 절대조건이다. 책 에서는 미생물의 변화와 함께 사람마다 다른 운동신경·관심·재미 등을 감안한 다양한 운동법을 곁들인다.

마지막은 공부다. 공부는 일상을 바꾸는 외적 자극이다. 공부는 평생하는 것이고, '모든 생명체의 존재방식 그 자체'다. 공부하면 뇌 활동이 미생물에도 영향을 미쳐 몸속 미생물이 변한다. 반대로 장 미생물이 뇌의 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통생명체는 뇌나 정신작용이 미생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최근 치매나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뇌를 둘러싸고 있는 혈액뇌장벽(BBB·Blood Brain Barrier)이 약해지면서 뇟속으로 미생물이 침투하는 상황이 거론되고 있다. 통생명체의 정신건강을 위해 미생물과의 공존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모두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서론 '포도상구균이 사피엔스에게'와 함께 ▲통생명체, 내 몸과 미생물의 합작품 ▲내 몸속 미생물 돌보기 ▲내 몸 돌보기 ▲통생명체, 긴 시선으로 바라보기 등을 중심으로 미생물과 건강 이야기를 이어간다.

저자는 이 책 속에 자신의 삶을 옮겨 놓았다.

"이 책은 50을 넘긴 지난 몇 해 동안 스스로 느끼는 욕망과 몸의 변화에 대한 기록이며, 몸과 마음의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의식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갈지에 대한 공부의 산물이고, 내 몸과 마음의 느낌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어떤지에 대한 탐색입니다."

저자는 치과병원을 20년간 운영하며 미생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10여년간 고양시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에 몸 담고 인간과 생명을 보다 통합적으로 보기 위한 책읽기에 빠져 있다. 그동안 <내 입속에 사는 미생물> <내 안의 우주-미생물과의 공존> <내 안의 우주-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 등 '내 안의 우주' 시리즈를 내놓았다. <건강한 장이 사람을 살린다> <구강감염과 전신건강> <나이듦의 반전> 등의 번역서도 있다(☎ 02-322-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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