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서서히 자라나 어느새 내 기지개를 뛰어넘은 담벼락 아래
타오르는 촛불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물살이 있습니다
막다른 골목길을 집 앞마당까지 끌어당겨 놓은 아침
피어나길 고대해온 풀잎 한 손과 만났습니다
해초와 닮은 이 푸른 냄새는 파도를 부르니
멀리서도 우리 집이 잘 보일 거라던 당신의
겹겹이 젖은 걸음걸이는 바다와 제법 잘 어울리는 물무늬입니다
쓸려나가고 밀려들어 오는 일과대로
물로 와서 물로 가는 발자국
노래 부르며 시를 읽는 식객
당신의 보금자리를 여기 마련했습니다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인턴/2014년<시와사상>등단. <필내음>동인.
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