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지원 약속 이행해야 보험료율 인상 시 국민 동의 얻을 수 있어
의협 "문재인 케어 전면 수정이 답...건강 위해요소 '간접세' 부과를"
고령화의 가속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건보재정의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 확보가 쟁점이 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적절한 재원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보험 가입자와 공급자(의료계)는 국민건강보험법상 국고지원율을 지켜줄 것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 정부와 여당은 가입자와 공급자의 요구에 공감을 표하는 한편 건보 보장성 강화에 따른 혜택이 늘어났음을 강조하며, 건강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기동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20일 국회에서 열린 '건보 보장성 확대를 위한 보험재정 확충 토론회'에서 토론회 발제를 맡은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한 신규 재원 확보 방안을 제안했다.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한 1순위 방안으로 국고지원 규모 명확화. 현재 건보법상 국고지원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는 기준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보 보험료율이 국민연금 보험료율(9%)와 유사해지는 2023년까지는 전전년도 보험료 수입의 20%를 지원하되, 이후에는 국고지원 규모의 증가율을 일반회계 증가율과 연동해 지원하자는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2순위 방안으로는 보험료율 인상을 꼽았다. 2019년 기준 6.46%인 건보 보험료율을 국민 부담 능력 범위 이내(OECD 국가평균 관점에서)로 판단되는 2024년까지는 보험료율(건보공단 예측에 의하면 문재인 케어 이후 추가 보장성이 없다고 가정하면 2024년 건보 보험료율은 약 7.59%) 조정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자는 것.
3순위 방안으로는 보험료 부과 기반 확대를 제안했다. 근로소득 외에 여타 금융소득, 양도소득, 임대소득 등을 보험료 부과 기반에 포함시키자는 방안이다.
4순위 방안으로는 새로운 재원 확보 방안 모색을 꼽았다. 건보재정 기금화 등 신규 재정 확보 방안과 함께 재정 지출 억제를 위한 공급수가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이날 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는 필수의료 분야가 아닌 전면적인 건보 보장성 확대 정책(문재인 케어)의 전면적 수정이 건보재정 건전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변형규 의협 보험이사는 국고지원 확대 등 장기적 건보재정 확충에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건보재정을 보장성 확대에만 쓰고, 고질적인 저수가 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변 보험이사는 "의료계에는 이전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한정된 건보재정하에서 보장성은 지속해서 확대하면서 수가 적정화 등 의료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에 대한 피해의식이 매우 강하다"면서 "현 정부의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표방하고 있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분야부터 단계적 급여화를 요구하고 있다. 건보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문케어의 전면적 수정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의협의 판단이고 입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건보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인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민 스스로가 건강 위해요소를 자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부담 원칙'을 적용하고, 그런 분야에 간접세(목적세)를 신설·부과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술·담배·도박·패스트푸드 등 신체건강과 정신건강 위해요소를 무분별하게 소비 또는 방치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부여하기 위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신설 또는 인상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한 기동민 의원과 윤일규 의원은 국고지원 확대 요구에 대해 수긍했다. 정부부터 국고지원 약속을 이행하고, 건보 보장률을 단계적으로 늘려가면서, 보험료율 인상을 위해 국민을 설득해야 근본적으로 건보재정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
윤일규 의원은 "고령화와 건보 보장성 강화를 위한 안정적 건보재정 확보 방안은 국고지원 확대, 국민 부담률 인상 등의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동민 의원은 "건보재정 안정화 방안을 뻔하다. 국가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보험료율을 늘리는 방안이다.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국민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고지원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그래야 국민 부담 가중에 대한 설득이 가능하다. 올해 국고지원율을 14%까지 올렸다. 내년에는 15% 수준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