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구충제로 말기암 치료? '이슈'…문제 없나?

강아지 구충제로 말기암 치료? '이슈'…문제 없나?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23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개월 여명 선고받은 美 폐암 환자 "복용 후 암 사라졌다" 주장
명승권 교수 "타 약물과 부작용 주의해야…주치의와 상담 필수"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강아지 구충제로 말기암을 치료했다는 사연이 소개되면서, 온라인 상에서 큰 이슈를 끌고 있다.

2019년 4월 미국 언론사인 [The Sun]에는 '암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고됐다. 기사에는 Joe의 암 극복 사연이 담겨있었다.

미국에 사는 Joe Tippens(60대)는 2016년에 소세포 폐암을 진단받았다. 2017년 1월 간·췌장·방광·위·뼈 등 전신에 암이 전이, 의사로부터 3개월 여명을 판정받았다.

이후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임상시험 제안 받고 참여하던 중, 우연히 수의사가 온라인 포럼에서 주장한 글을 발견했다. 수의사는 쥐실험 시, 개 구충제가 여러 종류의 암치료에 효과 있었고, 4기 뇌종양의 과학자가 개 구충약을 복용한 후 6주만에 암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구충약이 펜벤다졸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네이처가 발간하는 Scientific Reports에는 펜벤다졸이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것으로 보고된 연구가 게재됐다. Joe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상태였지만, 의료진에게 개 구충제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그 외 비타민 E, CBD, 커큐민 등을 복용했다.

그리고 3개월 후인 2017년 5월, Joe는 PET 검사결과 암의 흔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9월 시행한 PET 검사에서도 정상으로 나왔다. 암이 치료 된 것이다. Joe는 담당의사에게 구충제를 먹었다는 사실을 알렸고, 의사를 이례적이라고 했다. 2018년 1월 마지막 PET 검사 결과 역시 정상으로 나왔다.

Joe는 웹사이트에 자신의 사연을 올렸다. 오클라호마 의학연구재단의 스티븐 프로스콧박사는 현재 이 증례보고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후 Joe에게 펜벤다졸로 암을 치료한 40여명의 사람들이 이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 왔다고도 말했다.

온라인에서 해당 사연이 퍼지면서, 펜벤다졸 구입 방법 까지 공유되고 있다. 관련 기사에는 "불안해서 막상 섭취하기 무섭다"거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용을 시작했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강아지 구충제의 항암효과는 사실일까?

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국제암대학원대 가정의학과)는 19일 본인이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명승권TV)을 통해 "아직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임상시험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명승권 교수는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한 연구나 환자증례 연구, 환자군 연구 결과는 단 한 건도 발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국립보건원에서 운영하는 의학데이터베이스 PubMed에 '펜벤다졸'과 '암'을 검색하면, 세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실 연구나 동물 연구 등이 20여 개 나온다. 이 중, 직접적 관련이 있는 논문이 실험실 연구2편, 동물실험연구 2편, 총 4편이다. 효과가 없다는 부정적 결론을 내린 동물 연구 한 편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출처=<span class='searchWord'>명승권TV</span> 유튜브 캡쳐) 의학연구의 근거수준 피라미드 ⓒ의협신문
(출처=명승권TV 유튜브 캡쳐) 의학연구의 근거수준 피라미드 ⓒ의협신문

명승권 교수는 "새로운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는 의학적 입증을 하러면 연구를 해야 한다. 이 때, 연구마다 근거수준이라는 것이 있다. 가장 낮은 수준이 세포·미생물·분자를 이용한 실험실 연구다. 그 다음이 쥐 등을 이용한 동물연구, 1명의 사례를 바탕으로한 환자증례보고, 여러 명의 사례를 담은 환자군 연구 등"이라며 "그 위에 비로소 임상시험이 있다. 임상시험 조차도 시험마다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이를 다시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로 메타분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례를 작성한다면 환자증례보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들은 근거 수준이 낮다. 인과관계가 확실한지 알 수 없다"며 "Jeo의 경우, 특히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른 약이 효과가 있었을 수 있다. 40여 명의 증언자들 또한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무조건 적인 맹신·시도는 주의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명승권 교수는 "유튜브에서 해당 내용들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체력이 떨어진 암 환자가 이것만을 믿고 구충제를 바로 섭취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절박한 환자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구충제를 다른 약과 함께 먹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고려해 반드시 담당 주치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