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선동의 기술

[신간] 선동의 기술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9.09.2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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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환 지음(인천우리병원 진료부장)/인간사랑 펴냄/2만 3000원
정신과 환자 위해 헌신한 고 임세원 교수에게 헌정하는 책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부조리한 세상에 맞섰다. 그리고 지난 시간 동안 무고하고 잔인하게 희생된 시민들과 진료 현장에서 순직한 고 임세원 성균관의대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넋을 기리고, 뭇사람들로부터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수많은 정신과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며 모두에게 전하는 위로의 마음을 담았다.

모든 비극은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한 탁상공론식의 법률 개정에서 시작됐다. 전문가들과 실무진의 의견은 묵살한 채 포퓰리즘적 선동선전을 동원해 진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해 입법·행정·사법부가 법을 수정한 결과다. 목적은 좋아보였으나 잘못된 수단과 오류로 인해 처참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음에도 바로잡으려는 결단은 내리지 못하고 점점 더 엉뚱한 대책만 추가함으로써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

최성환 인천우리병원 진료부장이 <선동의 기술>을 펴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선동선전의 빛과 어두움에 다가선다.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인권을 회복하고 편견을 없애겠다고 나선 이들은 오히려 정신질환자들을 우리 사회 속에 함께 두어서는 안 될 무서운 괴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시민들도 자신들이 그로 인한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것도 모른 채 선동됐고, 법률개정 이전에는 불쌍한 사람들이라며 동정 받던 환자들이 이제는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돼야 하는 공포의 대상이 됐다. 개정된 법률은 억울하게 입원당한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보다는 사회에 위험이 되는 환자들의 입원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대책도 없이 수 만여 명의 위험환자들을 한꺼번에 사회에 풀어놓고 말았다. 예고된 인재였다.

이 책은 선동의 미학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시끄럽고 과격한 선동일수록 사람의 마음을 선한 방식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요란스럽고 저급한 선동은 표시 나게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며 체계적으로 비밀리에 기획된 불의의 선동선전은 소리 없이 나라를 무너뜨린다. 암세포가 그렇다. 암은 처음에는 증상이 없지만 서서히 신체의 주요 장기들에 스며들면서 그 기능을 마비시키다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준 후에 생명을 앗아간다. 그렇다면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암은 없을까? 전염병이나 환경오염이 집단적으로 발생하듯 사회 환경에 따라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암도 있게 마련이다.

이 책은 선동과 선전을 과격하게 추종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선동과 선전방법을 가르치자는 것이 아니라 불순세력들에 의해 왜곡된 선전선동이 무엇이며 얼마나 영악한 것인지를 미리 알아채고 더 늦기 전에 저들의 전략과 전술을 파악해 저항력을 회복해야 한다"며 "병을 고쳐냄으로써 사회 전체가 암세포로 가득 덮여버리기 전에 정신을 차리자는 말을 전하고 싶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중요 선전선동 기술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첫 시도다.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세상을 움직인 사람들, 소통인가 선동인가? ▲알아두면 펼리한 선동기술 백과 ▲트로츠키와 괴벨스-늑대와 애완견 ▲천국의 권위에 호소하기 ▲선동기술의 응용과 활용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네이버 지식인·하이닥에서 정신건강 상담의사로 활동 중인 저자는 그동안 <지도자의 자격>(2017) <신노예>(2018) <우리 눈으로 본 제국주의 역사>(2019) <용의전쟁>(2019) 등을 출간했다.

저자는 "이 책을 잘못된 선동선전의 결과로 인해 어이없이 희생된 존경받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였던 고 임세원 교수에게 헌정한다"고 밝혔다(☎ 031-907-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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