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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리적인 한의학의 동물실험 홍보
비윤리적인 한의학의 동물실험 홍보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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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결과 효과있다고 홍보하면 환자 피해"

2014년 8월 11일 서아프리카지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당시 WHO(세계보건기구)는 긴급히 회의를 개최했다. 아직 임상시험도 실시하지 못한 개발 단계의 약을 환자에게 사용하는 일이 윤리적으로 정당한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안 될 일이지만,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은 환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대안이 없다는 특수성이 있었다. 

10개국 12명의 전문가들은 특수한 상황을 인정해 실험실과 동물 모델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여준 개발 단계의 약을 환자에게 사용해도 된다고 만장일치로 판정했다.

치료 과정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최선의 임상시험 설계를 적용해서 지속적으로 사용해도 좋은지, 사용을 중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물실험은 질병의 원리를 이해하고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현대의학에서는 동물실험 결과만을 가지고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행위를 시도하는 일을 비윤리적이라고 여긴다.

동물실험·세포실험·생물물리학적 실험 등에서 충분히 기대할만한 결과를 얻은 신약후보물질들 중에 신약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했을 때 인체에서도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와서 시판이 허가되는 비율은 10% 정도에 그친다. 대부분은 예상과는 달리 인체에 효과가 없거나 해롭기 때문에 탈락한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우리나라에서는 한의사들에게 동물실험조차 필요 없이 온갖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한약을 먹이고, 바르고, 흡입시키는 행위와 주사기에 넣어서 약침이라는 이름으로 주사하는 행위까지 너그럽게 허용된다. 심지어 침술은 어떤 질환이든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된다. 한방의료행위 중 상당부분이 효과는 없으면서 환자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국내외의 수많은 논문들도 가볍게 무시된다. 

한의학에서 동물실험이 요구되지는 않지만 한의사들 그런 논문을 홍보에 사용한다. 일부 한의원들은 쥐 실험 논문을 발표하면 홈페이지에 걸어놓고 호객행위에 활용하며 대대적으로 보도시킨다. 한의과대학들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도 한방 치료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가 인체에서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미디어를 보면 거의 모두가 비판적인 검토 없이 불러준 그대로 보도한다.

우리나라에서 한방 치료의 효과를 입증했다며 홍보에 활용되는 동물실험의 경우에는 신약 개발 목적의 동물실험에 비해서 실제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더욱 낮다고 봐야 한다. 

제약회사의 동물실험은 인체에 적용하는 상황과 최대한 유사한 상황을 만들어서 임상시험 실패로 인한 비용 손실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한의학 논문들은 단순한 한의원 홍보 또는 국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고 한의학 홍보 성과를 내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실험 조건에 개의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의학 동물실험 논문은 효과에 대한 근거로서의 가치가 매우 낮다.

한방의 동물실험 홍보는 환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환자들은 동물실험 논문이 효과를 입증하는 근거라고 착각하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비용을 낭비하게 된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시간을 지체하다가 질병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이처럼 동물실험결과를 치료행위의 근거인 것처럼 홍보하는 일은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 이를 보도하는 기자들도 비윤리적인 행위에 동참하고 있지 않은지 성찰이 필요하다. 

보도를 하려면 최소한 환자들이 착각해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연구결과를 비판적인 관점에서 평가해줄 전문가 의견을 함께 담아야 하지 않을까.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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