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세상네트워크 "끌려가는 식약처…선제 대응 미흡"
"1년 새 의약품 사태 3차례나…감시계획 도입에도 관리 안 돼"
시민단체가 라니티딘 사태 등 의약품 안전성 논란과 관련, 식약처의 선제적 대응 능력이 미흡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비판 목소리는 의료계와 정치권 등에서도 계속돼 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사태 직후 식약처의 '안이한' 대처를 문제 삼으며 지속적인 비판 입장을 표했다. 국감을 하루 앞둔 1일에는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라니티딘 사태에 대한 대한민국 의약품 안전관리의 총체적 위기를 여실히 드러낸 참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엔 시민단체의 입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 것.
건강세상네트워크는 1일 논평을 통해 "식약처가 유럽이나 미국처럼 의약품 안전성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비판 입장을 밝혔다.
미국 FDA는 지난 9월 13일 위장약치료제인 라니티딘에서 발암물질인 NDMA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4월에는, 골관절염치료제인 인보사의 성분 일부가 최초 허가받을 때의 성분과 다르다는 사실이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과정에서 밝혀졌다. 2018년 7월에는 유럽의약품안전청(EMA)에서 고혈압 치료제의 원료의약품 중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실을 발표했다.
시판 중인 의약품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사례는 2000년대에도 여러 건 발생했다. 시사프라이드, 페닐프로판올아민, 로페콕시브, 시부트라민 등이다. 모두 해외 국가에서 의약품과 약물이상반응간의 잠재적 인과관계가 인정돼 규제조치가 이뤄진 이후, 식약처에서 판매 금지한 사례들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의약품 안전성과 관련한 사건이 세 차례나 발생했다. 의약품의 안전성·효과성에 대한 식약처의 무책임함과 전문성 결여에 대한 질책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며 "모든 사례에서 유럽과 미국에서 먼저 의약품 안전성 문제가 감지됐다. 식약처는 항상 EMA와 FDA의 발표를 듣고 뒤늦게 대처하는 모양새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의약품 안전성 감시계획 도입에도, 선제적 대응이나 체계적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데 의문을 제기했다.
식약처는 2015년 7월부터 유럽과 미국, 일본의 경우처럼 의약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의약품 안전성 감시계획의 일환으로 '위해성 관리계획(Risk Management Plan)'을 도입했다. 의약품 시판 허가가 난 의약품을 대상으로 안전성 및 유효성, 위해성에 대해 평가하고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식약처는 의약품의 안전성 정보관리 차원에서 안전성 최신보고(DSUR)와 안전성 정기보고(PSUR)를 제약사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의 가이드라인을 따른 것으로, 미국 FDA도 시판 후 의약품 안전성 정보는 ICH의 지침에 따라 안전성 정기보고(PSUR)를 통해 제공받고 있다.
이번 라니티딘에서 NDMA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사실도 미국 FDA Medwatch라는 약물안전성감시체계를 통해 보고됐다.
미국 등과 같은 보고 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고 있음에도,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식약처 내부 임상심사 TF소속의 전문의가 식약처가 의약품 시판 후 안전성 관리와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일도 언급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문제의 핵심은 식약처가 약물안전성감시체계 차원에서 제약사들로부터 제출 의무화 하고 있는 DSUR, PSUR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성 관리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될 때마다 관련 업무에 대해서 국제표준을 따르고 있고 규정을 마련해 이를 근거로 처리해 왔다고 변명을 해왔다. 식약처가 의약품 안전성 관리를 위해 국제표준을 준용해서 엄격히 따르고 있다면 의약품 안전성 문제가 이슈가 될 때마다 왜 미국이나 유럽의 규제조치에 의존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식약처 관계자는 DSUR과 PSUR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사회적 이슈가 집중된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안전성에 대한 식약처의 안일한 태도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라며 "식약처는 시판 후 안전관리 제도를 근거라고 변명해서는 안 된다.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중앙부처로서 식약처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