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의사 자신 명의로 처방전 발급…원장 책임 없다

대진의사 자신 명의로 처방전 발급…원장 책임 없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10.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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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원장이 사실 인식·용인했다 보기 어려워 "위료법 위반 아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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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 의사가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발급하지 않고 의료기관 원장 이름으로 처방전을 발급했을 때 그 처방전의 작성 사실을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볼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장에게 의료법 위반으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A의료기관을 운영하는 B원장은 2015년 2월 휴가를 사용하면서 구인 광고를 통해 대진 의사(C의사)를 고용했다.

C의사는 B원장의 의료기관에 근무하면서 환자를 진찰하고 '네오소프트 프로그램'을 사용해 처방전을 발행했다.

그런데, 바탕화면에 있는 '병원정보설정'의 '사용자 정보'에서 신규 ID, 이름, 주민등록번호, 면허번호를 수정하지 않고 B원장 이름으로 처방전을 발행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자신이 직접 진료하지 않은 환자의 처방전이 B원장의 이름으로 발행됐다는 이유로 B원장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1개월을 내렸다.

이에 B원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할 것을 지시하거나 알면서도 묵인한 사실이 없고, 의사면서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져야 할 만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및 제66조 제1항은 의사 개인에게 위반행위에 대한 고의 또는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데, 이에 해당하지도 않아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았음에도 B원장 명의의 처방전이 작성·교부됐으므로 처분 사유가 명백하다고 맞섰다.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는 행정 목적의 달성을 위해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해 가하는 제재이므로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과될 수 있다는 것.

또 B원장은 이 사건 의원의 운영에 대해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으로 처방전 발행 명의에 대해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행정처분 이유를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은 B원장은 이 사건 의원을 운영하면서 C의사를 고용하기 이전에 60여명의 대진 의사를 고용했고 각 대진의 명의로 처방전이 발급된 사실, 그리고 같은 사건에 대해 검찰청에서 수사 결과 B원장이 C의사에게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린 사실을 인정했다.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 등이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하도록 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 여부와 관련해서는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라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하는 경우는 규정을 위배한 것이지만, 자신(B원장)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방전의 명의자로 기재된 의사(B원장)의 경우에는 이 규정을 위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은 "C의사는 B원장이 휴가로 부재중일 때 환자를 진료한 후 B원장의 동의 없이 임의로 B원장 명의의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했고, B원장에게 이 사건 의원의 운영자로서 관리 소홀의 부주의가 있을 수 있으나 처방전에 원고 명의가 사용된다는 인식을 하거나 이를 용인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의료인이라면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하는 것은 당연히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사항이고,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이 작성돼 발급됐는지에 대한 책임은 B원장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처방전을 발급한 C의사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처방전의 명의가 누구로 되어 있는지는 해당 처방전을 발급한 의사의 책임이라 할 것인데, C의사는 처방전의 명의를 확인하거나 간호사에게 조치를 요구한 사실도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B원장이 이 사건 의원의 병원장으로서 네오소프트 프로그램 내지 대진 의사의 관리를 소홀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 명의로 처방전을 작성·교부한 의사가 아닌 B원장에게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보건복지부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1심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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