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혈액투석 후 현지조사 충분히 받을 수 있다" 판단…조사 거부 명백
몸이 아파 현지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의료기관 원장에게 보건복지부가 현지조사를 거부·방해했다는 이유로 1년이라는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는데, 법원은 현지조사를 거부한 이유가 몸이 아픈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원장의 업무정지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A원장은 요양기관과 의료급여기관을 함께 운영하다가 보건복지부로부터 2017년 8월 28일∼29일까지 3차례 현지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현지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현지조사팀에게 '사무장·간호사·사무직원이 없고, 2급 장애(혈액투석)로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자료제출 등 현지조사에 협조하지 못했다.
또 현지조사 거부 시 업무정지 및 형사 고발된다는 설명을 들었으나 '현지조사를 받을 수 없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자필로 작성해 현지조사팀에 제출했다.
현지조사팀은 조사 거부를 재고할 것을 권유하면서 다시 방문할 것을 고지하고 재차 방문했으나, A원장은 여전히 현지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18년 6월 1일 A원장이 운영하는 의료급여기관에 대해 '현지조사를 거부했다'라는 이유로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3호, 의료급여법 시행령 제16조의2에 근거해 1년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을 했다.
A원장은 "당시 부득이한 사정으로 현지조사에 협조하지 못했을 뿐 현지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한 사실이 없다"라며 서울행정법원이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A원장이 현지조사를 받지 못하겠다면서 주장한 건강 상태나 직원의 부재와 같은 사정은 '현지조사 실시가 곤란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A원장은 현지조사 당시 이를 거부할 경우 1년의 업무정지처분 및 형사고발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지받았고, 이 사건 처분 전에 요양급여비용 허위청구를 이유로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을 받은 전력도 있는 것은 물론 업무정지 기간을 감경할 만한 사유도 없다"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건강 상태나, 이 사건 의원의 상황, 원고가 인식한 행정처분의 정도, 그동안 의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시민에게 봉사한 정황 등을 고려하더라도 행정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원장은 1심 재판 결과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A원장은 1심 재판 변론 종결 이후 '요양기관에 대한 1년 업무정지처분'(2018년 5월 9일)의 취소 및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1년 업무정지처분 취소를 구하는 내용의 청구취지변경신청을 했다.
하지만, 1심법원이 변론을 재개하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자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하면서 두 건의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했다.
A원장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말기 만성 신부전증으로 주 2회의 정기적인 혈액 투석치료를 받는 점 ▲직원들은 2017년 5월경 모두 퇴직한 상태여서 현지조사를 도와줄 만한 사람도 없었던 점 ▲현지조사팀에 '예전에 일하던 직원을 불러서 현지조사에 추후 협조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던 점 등을 들면서 현지조사를 거부한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행정 법규 위반에 대해 가하는 제재는 법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과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2012. 6. 28. 선고 2010두24371)를 예로 들면서 A원장의 현지조사 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A원장에게 신장질환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지조사전에 혈액투석 치료를 받았으므로 현지조사를 거부한 것이 신장질환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직원이 없음에도 진료기록부는 이 사건 의원 내에 있었기 때문에 협조만으로도 상당 부분의 자료를 현지조사팀이 확보할 수 있었다"며 "진료기록부를 포함한 모든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A원장은 현지조사 연기요청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어떠한 자료도 없고, '현지조사 거부 시 관계 법령에 의해 형사고발 및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며 그럼에도 현지조사를 거부한다'는 자필로 서명한 사실확인서만 있을 뿐"이라며 원고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A원장은 2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기각'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