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귀책으로 인한 상해시 고용주가 병가 보장하지 않아도 '무방'
별도 취업규칙 없으면 병가·질병 휴직 의무 없어...병가는 무급 원칙
"목욕탕에서 넘어져 발목 수술한다는 직원, 편의를 다 봐줘야 하나요?"
A개원의(서울)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함께 일하는 간호사가 목욕탕에서 넘어지면서 다친 인대로 인해, 발목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3주 입원 및 4주 단축 근무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원래 진단 8주가 나왔지만, 이 정도로 편의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최근 유명 의료 D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이다.
A의사는 "동네의원에서는 1명의 인력 부재라도 그 타격이 크다"며 걱정을 털어놨다. 그는 "병원 업무를 하다가 다친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부상까지 병원에서 편의를 봐줘야 하는지 고민스럽다"며 "입원 3주는 허락하되, 이후에는 발을 쓰지 않는 접수 근무로만 배정하는 선에서 합의하려고 하는 데, 가능하겠느냐?"고 물었다.
업무 외 사정으로 상해를 입은 직원, 병가·질병 휴직은 어디까지 해줘야 할까?
신동현 노무사(노무법인 종로)는 "별도의 취업규칙이 없는 한, 병가나 질병 휴직 보장은 의무가 아니다"고 조언했다.
신동현 노무사는 "만약, 발목 수술 등이 업무와 관련이 있는 부상인 경우에는 직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게 맞지만,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이, 순수하게 직원 귀책의 부상이라면 병원에서 강하게 업무지시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관리 상, 부상자의 케어는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병가나 질병 휴직은 노동관계법령 어디에도 보장 의무가 없다"고 밝힌 그는 "해당 사례에서도 병가 기간이나 근무 조율에 대한 합의는 당연히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합의 시, 주도권 역시 병원에서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노무사는 "만약 업무 관련성 상해라고 가정했을 때도 직원이 병원 측에서 제시한 합의사항을 받아들인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별도로 정하지 않는 한, 병가는 무급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자 귀책으로 인한 부상이나 질병으로 장기간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무급은 물론 통상해고까지 가능하다.
신 노무사는 "순수하게 근로자의 귀책으로 상해 등이 발생한 경우, 통상 1개월 이상 근로 제공이 불가능한 경우, 통상해고도 가능하다. 병가규정을 둔다 해도 법정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무급으로 해도 무방하다"면서 "업무상 부상·질병의 경우에는 산재에 해당하므로 요양기간 전부를 보장해 줘야 한다. 이때, 휴업수당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지급하게 된다"고 밝혔다.
"병원의 근로계약서, 취업규칙에 병가규정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대다수 '줄 수 있다'로 돼 있다"고 언급한 신동현 노무사는 "결론적으로, 근로자 귀책의 병가는 고용주가 보장해 주지 않아도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면서 "반면, 업무와 관련된 병가라면, 산재 요양으로 처리해 보장해 주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