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5주년 기념 토론회서 발전방안 진단
미래 가치 중요하지만 구체적·단기적 효용성 갖춘 비전 제시 필요
설립 다섯 돌을 맞으며 내실을 키우고 있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복합단지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이나 유치와 더불어 지역화를 통한 산학연의 공동 발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16일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지난 5년의 성과와 발전 방안을 가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로회의 발제와 좌장을 맡은 김태운 경북대 교수는 지난 시간을 통해 갈무리된 대구첨복단지의 부족한 점과 함께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최근 개발 속도의 증가와 대규모 자금, 다양한 기술이 투입되는 현대 의료산업은 외부 네트워크 활용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시대적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의료산업 클러스터는 기술과 자원의 집약이 높은 분야로 서로가 가진 자원으로 고용활용 및 지역 발전 등의 시너지도 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주도의 클러스터가 갖는 한계도 짚었다.
"대구첨복단지의 경우 정부의 주도로 시설 및 관련기관 유치를 추진한 특구형태의 클러스터"라며 "정부의 '산·학·연' 연계를 통해 만들어져 효율적 조성이 가능한 동시에 경기급락 등의 위기에도 상대적으로 안정된 체계를 구축할 수 있지만 정부의 지속성 유지와 중장기 투자가 곤란하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의 상황을 살펴보면 정부주도형 클러스터의 성공에는 중개기관의 안정화가 '열쇠'로 꼽힌다. 대표적인 클러스터인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외 일본 '고베 의료산업 클로스터'는 각각 2300여명과 300여명의 인력을 보유해 단지 내 기업의 연계 및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운영 5주년을 맞은 대구첨복단지도 비수도권이라는 핸디캡을 무릅쓰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2019년 기준 의약품 및 의료기기 등 기업 144곳(입주 완료 112곳) 유치에 성공했다. 고용인원도 2015년 1041명에서 2018년에는 2배에 가까운 1987명으로 늘어났고 단지 내 이전 기업 64개를 대상으로 한 매출액조사도 같은 기간 1795억원에서 4년만에 3272억원까지 증가했다. 직원 평균 연령은 30세를 밑돌고 이직률은 0%에 수렴하는 청년고용 창출의 보고로 자리잡고 있다.
김 교수는 "하지만 아직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은 많다"며 "정부과제 수행 중심 활동으로 연구자들이 '과제를 위한 과제' 수행에 집중하다보니 연계나 협력이 이뤄지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고 짚었다.
또 "이 밖에도 ▲기술적 융합을 위해 필요한 종합적인 기술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비되고 공유되고 있지 않는 점 ▲협력프로그램에 대한 정책지원 부족과 재단 운영비 확보 활동 집중에 따른 만남의 기회 부족 ▲기업과의 협력 활동을 원활하게 조성할 수 있는 신뢰성이 낮다는 점 등은 개선점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업계의 불만과 지역 사회 내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지역 집중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산업 클러스터는 지역과 연결돼 있고 지역 내 전문가와 상호작용하며 모인다. 지역 공공기관 역시 기술이전과 혁신활동을 돕는, 말 그대로 '지역에 스며드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성과를 더욱 뚜렷하게 내기 위해서는 단지 내 특례 조항의 정비와 함께 역외 기업 유치와 함께 자체적으로 기업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역 대학 및 연구원이 창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흥미를 이끄는 한편 의료산업 벤처기업인·벤처캐피탈·연구원·의사 등 의요산업 분야 전문가와 함께 창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게 첨복재단 발전의 첩경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기업 창출을 이끌기 위해서는 지역 내 전문가 풀을 조성해 기업과 관계자의 지속적인 신뢰를 조성하고 첨복단지는 이 과정에 적극 개입해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재단 역시 너무 거시적인 관점이나 미래 기술보다는 구체적이며 단기적으로도 효용성 있는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사람이 모이고 관심이 커지면 그동안 쌓아 온 정보를 모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첨복재단이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기업·대학·연구원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파생되는 기술을 거래할 수 있는 요건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김 교수는 "기술과 전문가·기업인이 모두 모이면 그동안의 결과를 상용화할 수 있는 과정이 마지막으로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재단은 각 요소를 연계하고 중개를 강화해 상용화를 돕는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첨복단지의 차별적인 강점 중 하나는 의료산업의 종합적인 지원이 가능한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존재라는 측면에서, 재단이 영세한 기업을 저렴하게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