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형사 사건 소홀히 했다간 큰 코

의료분쟁 형사 사건 소홀히 했다간 큰 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10.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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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고소·고발 이어 민사 소송 증가...수사단계부터 전문가 도움 받아야
처벌 위주 법률 불신 조장·방어진료 양산...피해회복 위한 법률체계 필요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료사고를 이유로 형사 고소·고발 등을 제기한 뒤 의사나 병원을 상대로 민사(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산부인과 태아 사망 사건과 응급실 오진 의사 사건을 비롯해 신생아실 감염 사건 응급실 진료의사 사건 등의 경우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의료진을 구속했다.

환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고, 수술 건수가 증가하면서 의료분쟁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이 매년 발행하는 사법연감을 살펴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총 2만 320건의 의료소송이 제기됐다. 민사소송은 1만 3011건,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의료법 위반 등 형사소송은 7309건이다.

2017년 한 해 민·형사소송은 423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상담 건수 2018년 6만 5176건), 한국소비자원(의료분쟁 조정 진행 2018년 570건),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처리건 연평균 1700여건) 등에서 진행한 분쟁 조정·합의 건을 감안하면 의료 관련 분쟁과 소송 건수는 연간 7만 건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민사소송은 2013년부터 5년간 2500건 정도로 증감이 없는 상태인데, 형사소송은 2015년 795건에서 2016년 1074건, 2017년 1008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접수된 사건은 2010년 4947건에서 2017년 7230건으로 1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형사기소 사건은 2170건에서 2369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환자 측이 의료인을 상대로 형사 고소 또는 고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환자 측이 의료인을 형사 고소·고발하는 이유는 ▲의료인에 대한 보복 심리 ▲의료과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 ▲합의 성립을 위한 압박 수단 활용 등 다양하다.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됐다면 이는 엄격한 증명을 통해 과실이 분명히 인정됐다는 것을 의미해 관련 민사사건에서 의료인이 패소할 소지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형사사건에 휘말렸다면 처음부터 소홀하게 대응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 이 변호사는 "의료분쟁에서 과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진료기록부이므로 무엇보다 환자 상태, 진찰 소견, 진료 내용, 환자에 대한 설명내용 등에 대해 꼼꼼하게 기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 쟁점이 '의료인의 과실'과 '과실과 나쁜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여부"라면서 "법률 지식이 없는 의료인의 경우 가급적 초기 수사단계부터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의료기관 차원에서도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하는 의료분쟁과 법적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전담 인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관계 법령을 준수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이 기관장에 부여돼 있고,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의료인뿐만 아니라 기관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의료사고를 둘러싼 환자측과 의료인측의 극한 대립과 무분별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형사적 처벌보다는 분쟁해결제도를 확립함으로써 환자와 의사 간 신뢰를 회복하고, 갈등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적이고 선진적인 시민사회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의료인의 방어진료와 과잉진료로 인해 오히려 환자에게 더 불리한 의료환경을 조장하고, 사회적인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의료계는 물론 법조계 내부에서도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의 피해 회복에 중점을 두고 합리적인 보상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형사 처벌(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집중하면서 환자와 의사간 신뢰보다는 불신과 분쟁을 조장하고, 방어진료를 양산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며 "형사처벌 위주의 전근대적 법률 체계에서 벗어나 조정과 중재를 통해 민사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처분의 경우에도 추후에 뒷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의료법에 따른 면허자격정지 이상의 처분을 받은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처분 사실을 시도지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에 각각 통보하고 있다.

문제는 면허자격정지 처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행정처분의 내용에 따라 건보공단으로부터 환수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동필 변호사는 "행정처분은 당사자를 구속하는 구속력뿐만 아니라 처분을 쉽사리 부정할 수 없고, 일단 내린 처분에 대해 다툴 수 있는 기간이 지나 확정되면 아무리 잘못된 처분이라도 다툴 수 없는 강제력이 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상엽 대한병원준법지원인협회 재무이사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나 전산화 단층촬영 장치(CT)의 경우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적합함을 인정받아야 하고, 유효기간(4년)이 만료 6개월 전에 재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면서 "자칫 규정을 간과하거나 재등록 기간을 망각해 행정처분을 받고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아 요양급여 환수처분까지 받는 일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개인에게 내리는 행정처분은 기관에서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노상엽 이사는 "가령 의사면허 정지처분을 받았는 데 기관에 알리지 않고 계속 진료하면서 요양급여를 청구한 경우에는 허위·부당 청구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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