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영화를 보며 아픈 소처럼 난
되새김질하고 있었어
부끄러운 걸 말한다고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위안부란 말,
부끄럽다고 잊으려는 것, 그게 부끄러운 거라고
마지막 엔딩크레딧, 자막이 더 슬픈 건 처음이야
그림이 하나씩 올라오고 있었어
넌 알기나 하니? 성노예 후
나비처럼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가
남기고 간
빼앗긴 순정, 강덕경 작作
나무가 소녀를 향해 움직이고 있어
옷 벗은 소녀가 얼굴을 가리고 누워 있어, 울고 있구나
군인들이 나무속에 숨어 있어 벚꽃이 음흉하게 피어 있네
피를 빨아먹고 벚꽃이 흐드러지고 있네
나무뿌리 밑에 해골이 쌓여 있는 것 봐
그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왜 쉽게들 잊으려 하니?
소녀가 허락하지 않은 용서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소녀가 많은데도
다시 봄이구나, 나비들 날아가는 것 봐
나비를 따라가 봐 어디에 내려앉는지, 가만
▶분당 야베스가정의학과의원장. 2012년 <발견> 신인상으로 등단/시집 <오래된 말> <기다리는 게 버릇이 되었다> <그가 들으시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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