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된 시행령 개정하지만 업무정지 처분 일단 받아라?"
의료계·복지부, "춘천시 보건소 현명한 결정" 요청
춘천시보건소가 6460원 검진비 한 건을 착오청구한 동네의원 검진센터에 업무정지 90일을 예고해 논란이 됐던 A의원이 결국 당초 예고된 90일보다는 줄어든 45일 동안 검진센터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착오청구 한 건에 대한 처벌로는 가혹하다는 지적과 함께, 같은 착오청구를 했더라도 건강보험법 시행령을 적용하면 업무정지 처분을 받지 않아 형평성 논란까지 일어나자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약속했지만 춘천시 보건소는 업무정지 처분을 고집하고 있다.
이대로 행정처분이 확정되면 A의원 검진센터는 2020년 1월부터 병원 문을 닫아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A의원 사건으로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빠르면 올해 안에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6일 밝혔다.
춘천시보건소에도 지난 9월 "가벼운 착오청구로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는 지자체도 있다"며 재량권을 발휘해 업무정지를 '철회해 줄 것'을 에둘러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협에 따르면 A의원처럼 3회 이하의 단순 착오청구로 건강검진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거나 예고 받은 검진기관은 올 7월 31일 기준으로 195곳이지만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기관은 4곳에 불과하다.
17곳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며, 32곳은 '행정지도' 처분에 그쳤다.
아직 142곳의 처분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보건복지부가 건강검진법 시행령 개정을 예고한 터라 처분이 확정되지 않은 142곳도 '무혐의' 내지는 '행정지도' 처분을 받는 데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역시 6일 "의료기관 행정처분은 지자체와 보건소의 재량행위로 보건복지부가 뭐라 할 권한은 없다"고 전제했지만 "관련 시행령 개정을 앞둔 시점에서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업무정지 처분 변경의 명분을 열어줬다.
의료계 역시 "대다수의 지자체가 재량권을 발휘해 비슷한 착오청구에 대해 '행정지도' 처분을 하고 있다"며 "시행령 개정이 예고됐는데 곧 폐기될 법에 따라 굳이 업무정지 처분을 하겠다는 것이 합리적인 공무수행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선처를 요청했다.
하지만 춘천시보건소는 요지부동이다.
춘천시보건소 관계자는 6일 "업무정지를 이미 내렸으며 업무정지 처분에 불복하고 싶으면 행정심판이나 소송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 제10조 3항에 따르면 착오청구와 같은 위반을 한 차례 한 경우 업무정지 3개월, 두 차례 위반한 경우 6개월, 세 차례 위반한 경우는 검진기관 지정 취소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복지부가 영업정지를 철회하라는 공문을 보내면 (영업정지 처분 변경에 대해) 한 차례 내부 논의를 거칠 수는 있다"고 밝혀 처분 변경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은 남겨 놓았다.
A의원 P원장은 "시행령에 대한 문제를 인식해 보건복지부가 빠르면 올해 안에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했지만, 폐기될 시행령에 따라 병원 문은 닫아야 하는 모순된 상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A의원은 지난 12년간 매년 2000건 이상의 일반 검진을 했지만, 착오 청구나 그 밖의 위법 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은 적이 없는 모범 검진기관이다.
춘천시 보건소는 지난 5월 27일 A의원이 2018년 건강검진한 환자의 LDL(저밀도지단백) 검사를 '착오청구'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 3개월(90일)을 통보했다. A의원의 한 차례 이의제기로 영업정지 45일로 처분이 경감됐다.
LDL 콜레스테롤 검사방법은 총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트라이글리세라이드(TG) 수치로 계산한다. 단, TG 측정값이 '400mg/dL' 이상인 경우 실측정을 해야 하나 A의원은 실측정 하지 않고 계산 값으로 기재 후 청구했다는 것. 착오청구는 해당 환자 1건으로 환수 금액은 646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