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쏟아지는 개량신약 관련 기사들을 보면 국내 제약산업은 큰일 났다. 개량신약의 약가우대가 축소돼 글로벌 신약으로 이어지는 가교를 잃었다는 내용이다.
제목은 더 무섭다. <신약개발 성장사다리 '개량신약', 국내선 미운오리새끼>, <신약 개발 디딤돌 역할하는 개량신약을 제네릭 취급> 등 개량신약을 제네릭 취급하는 정부는 세계적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해외에서는 개량신약을 어떻게 우대하고 있는지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제네릭 따위와 같은 취급을 해 시대를 역행한다면서도 국내·외 제네릭 약가 산정에 대한 비교는 없다.
기자가 파악한 바로는 해외에서 개량신약의 약가를 우대하는 곳은 없다. 특히 복합제나 염변경, 복용편의성 개선 등 성분의 변화가 없는 제품은 제네릭일 뿐이다.
보도된 기사들에서 인용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성분명 에스오메프라졸)의 사례는 다소 의아하다. 넥시움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의 기존 글로벌 제품인 로섹(성분명 오메프라졸)의 후속약물이다.
특허까지 인정받아 새로 출시된 제품. 국내 제약산업이 개량신약이라고 목청 높이는 복합제나 염변경과는 다른 접근이다.
쏟아진 기사에는 개량신약은 개발 비용이 적고 성공할 확률도 높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 개발 비용이 적고 성공할 확률도 높은데 왜 글로벌제약사는 이에 소극적일까. 이유는 명료하다. 단가가 맞지 않는다.
글로벌제약사의 경우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마케팅이나 사업을 이어가지 않는다. 1/10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제네릭과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성분명 아토르바스타틴)'는 유비스트 기준 1600억원의 원외처방액을 한국에서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매출액이 1200억원에 불과하다. 의약품 시장 규모는 미국이 우리보다 30배 크지만 말이다.
이 같은 문제는 국내 제네릭 대우가 지나치게 좋아서라는 역설적 배경이 있다. 오리지널과 제네릭 가격이 같은데 굳이 제네릭 처방을 하지 않는 것.
국내 약가제도에 따르면 오리지널은 특허만료 1년 후부터 제네릭과 보험상한가가 같아진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에 의해 심지어 제네릭이 오리지널보다 비싼 경우가 허다하다. 발사르탄 사태 당시 오리지널보다 비싼 제네릭 약가가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다시 말해 '제네릭 취급'이라는 의미가 국내 사정과 해외 사정이 다르다는 의미다.
개량신약을 제네릭 취급하지 않는 방법은 있다. 제네릭 약가를 낮추면 된다. 여전히 국내 제약산업은 제네릭 일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개량신약 약가우대 축소에도 이 난리가 나는데 제네릭 약가를 외국처럼 하겠다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굳어져버린 우리 제약산업 구조와 주는 자료대로 받아적는 매체 모두 심각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