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나이티드제약 현지 법인 2004년 공장 가동후 연착륙
양진영 이사 "가격보다 기술 인정 중요…사회공헌활동 큰 의미"
정부 주도로 신남방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업계의 아세안 국가 진출도 지속적으로 늘면서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11월 25∼26일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를 갖고 정치·경제적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현재 아세안에는 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1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을 마치고 11월 27일에는 메콩강 유역 5개국(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태국&베트남) 정상을 별도 초청해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도 갖는다.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힘이 실리면서 지난 2001년 베트남 투자허가를 받은 이후 2004년 공장 가동을 시작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베트남 법인의 행보에도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베트남 법인이 자리잡은 빈증성은 베트남 내 64개 성(광역 행정단위) 중에서도 두 번째 규모의 공단이 형성된 곳으로 450개 업체가 속해 있다.
베트남법인은 지난 2016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GMP 실사인증을 받았으며, 현재 연간 생산 가용량 연질캡슐 2억개, 경질캡슐 7000만개, 정제 1억5000만개에 이른다.
해외에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베트남 식약청(DAV)로부터 PIC/s(Pharmaceutical Inspection Co-operation Scheme·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GMP 인증에도 성공했으며, 현재 자사의 대표상품 중 하나인 홈타민 진생 등 50여개 현지 제품 등록과 생산을 진행중이다.
베트남의 제약시장은 2018년 기준 59억 달러(약 7조원) 규모다.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성 덕에 1차 의료시장이 활발함에도 1인당 지출액은 45달러에 불과하며, 주변국인 태국(90달러)·싱가포르(200달러)·중국(110달러)에 비해서도 약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6∼7%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역시 7.1%의 GDP 증가율과 함께 외환보유액도 553억달러까지 증가하면서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피치에서 '긍정적'으로 상향된 지표를 받았다.
여러 악재에도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공장 설립에 나선 것은 베트남의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결과다. 꾸준히 이어지는 관광산업 성장, 대베트남 외국인 직접 투자 증가 등도 베트남 시장의 대외적인 평가를 높이고 있다.
투자를 결정한 후 3년만인 2004년 공장 가동을 시작했지만 지난 15년간 자리잡기까지는 난관이 컸다. 현지 에이전트와의 품목 거래를 위한 협상과 영업 과정에서의 다툼, 입찰 후 실제 병원 내 진입까지의 문제도 있었다.
특히 2017년 5월 베트남 정부의 한국의약품 입찰규정 개정은 큰 난관이었다. 베트남에서 한국 의약품의 입찰규정 개정을 통해 입찰 등급 내 최하위 그룹으로 떨어질 뻔한 위기는 회사 입장에서도 큰 충격이었다.
베트남 정부는 의약품 공공입찰 등급을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와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입 여부 등을 토대로 1∼5등급으로 분류한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입찰 선정에 유리하지만 손쓸 새도 없이 한국 의약품 공공입찰 등급이 5등급으로 하락하면 손실이 불가피했다.
베트남 정부가 나서서 70%까지 병원 입찰 비율을 늘리려고 하는 상황에서 최하 그룹은 입찰을 넣을 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한국 식약처를 비롯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정상회담에서 이를 언급하며 '최소 2등급을 유지하고 1등급 인정도 가능하도록 한' 개정안을 마련했다.
베트남 법인은 총괄하고 있는 양진영 이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양 이사는 "국내 제품을 생산하고 시장 확장을 노리기 위해서는 제조시설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한국 제약업계가 가진 특별한 기술을 베트남 정부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개량신약. 기존 의약품 대비 효과 혹은 복용 편의성 등을 개선한 제품이 정작 의약품 시장입찰 기준에 막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베트남 정부가 자국 내 기업을 위해 일종의 보호정책을 펴고 있지만 환자의 편의성과 임상에서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기술을 인정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자체 생산이 어려울 경우 기술제휴 등을 통해 베트남 정부는 새로운 의약기술을 얻고 한국은 기술수출을 통한 이미지 쇄신과 향후 진입과정에서 수월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 이사는 "국내 제약업계가 가진 제약기술을 인정하는 것은 한국이 폭발적으로 (판매고를) 늘릴 수 있다"며 "우리 업계가 가격보다 기술을 인정받으려는 씨뿌리기를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내 제약업계의 진출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직접투자 회사를 통한 한국제품의 시장 공략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단순 라이센스가 아닌 베트남에서 통용될만한 제품을 직접 출시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
베트남인의 마음을 잡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가 생산단가와 높아진 부동산 비용으로 하나둘씩 생산을 접고 있지만 베트남법인은 130여명의 현지인을 채용했다. 여기에 유소년 합창단과 함께 소외계층과 장애아동 등을 위한 '해바라기 고아원' 후원, 지역 병원 세미나 등을 통해 사회공헌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양 이사는 "한국 식약처의 도움이 컸다. 앞으로도 진출한 공장이 하나의 틀을 만들고 국내사의 진입을 편하게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제품은 제대로 된 가치를 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결과가 이어져서 시장에서 가치있게 팔리고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업이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에서도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