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을 위한 공청회'
제약계 반발 "문헌 통한 평가기준, 질환 특수성 반영 못해"
정부가 문헌에 따른 의약품 사후평가에 대한 밑그림을 공개하며 추진을 예고했다. 한계가 있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합리적인 지출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취지다. 당장 콜린알포세레이트 재평가로 촉발된 제약계의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일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추진 중인 약제 재평가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제1차 건보 종합계획의 일환인 의약품 사후평가는 기등재 의약품의 임상 효능, 재정 영향, 계약 이행사항 등을 재평가해 약가, 급여기준, 급여여부를 조정하는 제도다.
기등재 의약품 중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 등 고가의약품과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한 약제가 조정대상이다.
공청회에서는 평가기준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눴다.
이날 발표를 맡은 박은영 심평원 약제평가제도개선팀장은 "평가기준은 아직 검토 중인 내용이다. 학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갖춰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평원은 우선 검토가 완료된 평가기준으로 ▲8개국(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캐나다) 허가 및 급여 현황 ▲사용빈도/청구비중 ▲관련 학회 및 전문가 추천 교과서 및 가이드라인 권고등급 목록 등을 제시했다.
이외에 ▲HTA 보고서 참조 ▲모든 임상문헌이 아닌 질평가를 통한 선별(JADAD 질평가 등) ▲진료상 필요성·대체 가능성·약제 특수성 고려 등은 아직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제약계는 반발했다.
장우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재평가를 정기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은 산업계 전체에 공포심을 주는 정책"이라며 "선별등재에 이어 사후관리 제도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사후평가를 덧붙인다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후평가를 통해 만성질환 약제비를 중증질환에 투입하겠다는 그림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인지, 보험원리에 맞는 것인지, 약품비 증가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평가기준에 대해서는 "문헌을 통한 잣대가 질환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질환별 임상시험의 차별성을 무시하고 일괄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한 시도"라며 "제외국의 허가·급여 기준을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 또한 국가별 상황을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전했다.
이슈가 되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관계사도 플로어에서 의견을 전했다.
대웅제약 측 공청회 참석자는 "2007∼2011년 기등재 목록정비가 이뤄졌다. 당시 의약품 퇴출로 마련된 재원들로 재정지출이 효율화됐는지 알 수 없다.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의약품 사후평가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앞선 결과를 제약사가 납득하지 못한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반발했다.
공청회를 마치고 [의협신문]과 만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재평가가 의약품 사후평가의 시범사업 격이 될 수 있다. 내년 6월 제도 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진행상황에 따라 조기 시행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