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 지음/김영사 펴냄/1만 4800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동서고금을 무론하고 육아는 늘 부담스럽고 어렵다. 가장 풍요롭고 안전한 시대에 살고 있으며 예전처럼 많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 경우도 아닌데 더 그렇다.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에 정의롭지 못한 사회 탓으로 에둘러 둘러대도 육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저술과 전문번역 일에 빠져 있는 강병철 도서출판 꿈꿀자유·서울의학서적 대표가 <툭하면 아픈 아이 흔들리지 않고 키우기>를 펴냈다.
저자는 육아가 우리에게 그토록 어려운 일이 된 이유를 세가지로 진단한다.
먼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정보의 범람 속에 빠지게 된다. 뭘 먹이고, 뭘 보여주며, 몇 시에 재우면 더 건강해지고, 똑똑해지고, 잘 자란다는 편견에 휩싸이게 된다. 결국 불필요한 곳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때로는 건강을 잃기도 한다. 게다가 부모가 뭔가 잘못하면 아이의 미래를 망칠 것 같은 기분에 젖어든다.
두 번째는 아이를 최고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 아이가 키도 제일 커야 하고, 머리도 제일 좋아야 하고, 소변도 제일 빨리 가려야 하고, 달리기도 제일 잘해야 하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경쟁판이 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경쟁은 그 자체로 불쾌하고 피곤하다. 느긋하고 행복해야 할 육아와 절대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는 비교와 경쟁이다.
세 번째는 뭔가를 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수만 년간 진화를 거듭하며 수백 세대를 거쳐 환경에 적응한 존재가 우리의 아이들이다. 대부분의 아이는 사실상 완벽에 가까운 존재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섣불리 뭔가를 시도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경우가 많다. 아이가 아프면 당장 뭔가를 해야 할 것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히지만 의사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으니 조금 기다리자고 하면 기다리는 여유도 필요하다.
저자는 이에 더해 미신과 상업주의라는 두 가지 외적인 요인도 꼽는다.
먼저 미신이다. 비과학적인 끈질긴 믿음은 모두 미신이다. 저자는 주사를 예로 들었다. 엉덩이가 뻐근할 정도로 아픈 주사를 맞으면 부모는 아이가 고통을 겪으면서 나름의 대가를 치렀으니 그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흔한 질병으로 소아청소년과를 찾는 아이들에게 주사를 놓는 것은 대부분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아무런 효과 없이 아이를 아프게만 한다면 아동학대에 다름아니라는 지적이다.
상업주의는 매우 조직적이고 교묘하게 접근한다. 아이들과 연관된 트렌드를 만들고, 경쟁을 부추기고, 유명인과 캐릭터를 동원하고, 스스럼 없이 과학의 탈을 쓰고 접근한다는 경고다. 상업주의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간절함을 철저히 이용한다. 육아 과정에서 상업주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저자는 "미신과 상업주의에 속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많은 지식이 필요치도 않다"며 "몇 가지 원칙과 기본만 지킨다면 나머지는 관심과 정성의 문제"라고 조언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언급한 '몇 가지 원칙과 기본'이 담겨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가장 먼저' 이것부터 알아두세요(기본 중의 기본/감기와 그 천적들/항생제/예방접종/사고) ▲스트레스 없이 자연스럽게 키우세요(배설의 문제/영양과 비만/성장과 키/알레르기/애매한 증상들) ▲육아는 나와 아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상업주의의 덫/가짜 뉴스의 시대/환경과 건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함께 쓴 <성소수자> <서민과 닥터 강이 똑똑한 처방전을 드립니다>를 펴냈으며, <암 치료의 혁신, 면역항암제가 온다> <설탕을 고발한다> <뉴로트라이브> <내 몸속의 우주> <인수공통 모든 전념병의 열쇠> <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재즈를 듣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031-955-3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