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 없는 가짜연구 이유 논문 심사 거부…"여성 건강 해쳐" 우려
국내 한의학 연구팀의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 결과가 해외 학자로부터 논문 심사 거부를 당했다.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 결과를 진행한 연구팀(연구책임자 : 김동일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교수)이 SCI급 저널에 논문을 투고했는데, 잭 윌킨슨 연구원(영국 맨체스터대학교 보건과학센터)이 '비과학적'이고 '터무니없는' 연구라며 논문 심사를 못 하겠다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것.
이 논문은 '한약(운경탕과 배란착상방) 투여 및 침구 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로 2015년 6월 1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 4년 동안 보건복지부로부터 6억 2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원인불명 난임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한방치료를 통한 임신율이 14.44%(90명 중 1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에서 확인된 의과 난임치료 효과는 임신 확진을 기준으로 인공수정이 13.9%(체외수정 29.6%)로, 의과 치료에 비해 열등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11월 23일 '2019 한의약 난임 지원사업 성과대회'를 열고, 한의약 난임치료의 안전성·유효성을 재확인했다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건강보험 급여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성과대회는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그러나 해외 학자의 시각은 냉정했다.
시험관 아기의 성공률 통계를 전문으로 분석하는 잭 윌킨슨 연구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동일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는 터무니없고, 비과학적"이라며 공개적으로 논문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상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심사를 거절했고, 가짜 연구를 저널에 게재하는 것은 여성의 건강을 해칠 수 있어 학술지 측이 보낸 논문 초록에 대한 평가 거부 이유를 알리게 됐다"고 밝혔다.
잭 윌킨슨 연구원의 비판에 앞서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 결과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한방특별대책위원회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협 한특위는 ▲대조군조차 없는 신뢰할 수 없는 연구 디자인 ▲월경주기 7주기 동안의 누적 임신율을 인공수정 1시술 주기당 임신율과 단순비교해 비슷한 성공률이라고 주장한 점 ▲한방난임치료의 1주기 평균 임신율이 원인불명 난임 환자의 자연임신율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열등하다는 점 ▲임신에 이른 환자에게서도 13명 중 1명이 자궁외임신, 5명이 유산해 다른 연구에 비해 유산율이 현저히 높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최영식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는 "발표된 연구는 증례를 모아놓은 집적 보고(case series)에 불과한데 현대과학적 기준(근거중심의학)으로 검증됐다고 발표했다"며 유효성을 검증할 수 없는 연구 디자인의 한계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인불명의 난임 환자에서도 1주기당 자연임신율이 2∼4%에 이르는데 이번에 발표된 결과에 따라 1주기 평균 임신율을 계산하면 2% 정도여서 사실상 자연임신율과 비슷하거나 더 낮다"고 밝혔다.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도 "높은 유산율만으로도 비윤리적 연구로 볼 수 있다. 안전성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곽미영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은 "임신을 원해도 못 하는 부부의 마음이 얼마나 절박한가. 이들이 잘못된 정보로 인해 소중한 기회와 시간을 날리지 않도록 정부가 조처를 해야 한다"며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아직 첫 단계인 만큼 향후 추가 연구에서는 의료계의 우려가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지원한 한의약 난임 치료 연구가 해외 저널에서 논문 심사를 거부당한 일은 국제적 망신이라는 게 여러 의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