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꿈 이야기

[신간] 꿈 이야기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9.12.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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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회 지음/도서출판 지누 펴냄/1만 2000원

'호접몽(胡蝶夢)'이라 했나.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구분이 안 가는 삶이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혹 그 사이에는 어떤 구별이 있는 것인지.

어릴 적 꿈은 이상이었고 청년의 꿈은 소망이었다. 장년의 꿈은 회한이다가 노년의 꿈은 다시 현실을 찾는다.

그래도 꿈에는 늘 설렘이 담긴다.

의사수필동인 박달회의 마흔 여섯 번째 문집은 <꿈 이야기>다. 46년째 세밑이면 마주하는 소중한 이야기 모둠이다.

박달회 동인들은 의료계 원로부터 청장년에 이르기까지 세월은 달리하지만 '넓게 다다르는'(博達) 길에 마음을 함께 하고 있다.

동인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채종일 회장(한국건강관리협회장·서울대 명예교수)과 홍지헌 총무(연세이비인후과)를 비롯 한광수 대한의사협회 고문(인천봄뜰요양병원장)·이헌영 원장(세명정형외과·재활의학과병원)·최종욱 원장(관악이비인후과의원)·이상구 원장(이상구신경정신과의원)·박문일 원장(동탄제일병원)·정준기 서울대 명예교수·김숙희 전 서울특별시의사회장(서울중앙의료의원 부원장)·유형준 한림대 명예교수(CM병원 내분비내과장)·양훈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앙진료심사평가위원장(중앙대 명예교수)·곽미영 중앙의대 교수(중앙대병원 건강증진센터)·홍순기 원장(청담마리산부인과의원)·박종훈 원장(고려대안암병원)·양은주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번 46집에는 모두 28편의 글이 모아졌다.

지하철 출퇴근길에 느끼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녹아있고, 소중한 후배를 떠나보낸 뒤의 쓸쓸함에 젖는다. 새벽을 나서는 소시민들의 애환을 나누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과의 추억에 빠지다가도 노 교수의 대학시절 그룹사운드 퍼스트 기타리스트로서의 예기치 않은 추억에는 미소도 번진다.

▲최종욱(새벽/이별/문신) ▲홍지헌(마주 본다는 것은/역사를 생각하는 밤) ▲이헌영(태풍 링링과 부메랑/태풍 미탁과 나비 드론) ▲채종일(꿈 이야기/추억의 대학로) ▲유형준(편지로 부치는 진료의뢰서/'언제 어디서' 보다 '얼마나 구순히') ▲이상구(오호통재라/드라이버 입스의 교훈) ▲곽미영(대학병원 의사 되기) ▲정준기(<동심초> 노랫말의 여인/'<동심초> 노랫말의 여인' 이후) ▲김숙희(잘했어요. 더 힘내세요/지하철 출퇴근) ▲박문일(가보지 못한 길/재수술 유감) ▲박종훈(J를 보내며) ▲홍순기(세 번째 스무 살/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양훈식(단, 쓴, 짠, 신,) ▲양은주(오늘/다른 색) ▲한광수(만리장성/토토야 잘 가거라) 등 스물 여덟 편의 단상이 <꿈 이야기>에 내려앉았다.

책장을 덮으면 뒷표지에는 홍지헌 시인의 시 '마주 본다는 것은'이 새겨져 있다. 오랜 동인들은 시간의 더께를 두텁게하며 서로가 서로를 통해 스스로를 찾아간다.

마주 본다는 것은 - 홍지헌

약사사 부처님들/눈을 반 쯤 감고 계신다/불공을 드리며 슬쩍 올려다봐도/눈을 마주치지 않으신다/눈을 마주치려는 것은/내 말 좀 들어달라는 것인데/키 큰 돌부처님은/아주 먼 곳을 보고 계신다/실은 나도 환자들과/눈을 잘 마주치지 못한다/어떤 환자들은 먼저/내 눈길을 피하기도 한다/마주 본다는 것은/나를 보는 너를 통해 다시 나를 보는 것이어서/그때마다 속내를 다 들키는 느낌이다/그래서 그러시는 것인지/자비로우신 부처님도 너그러운 환자들도/일부러 외면해 주시는 것인지

언제나 그렇듯 글 매력에 빠져 글감옥에 갇히게 된다(☎ 02-3272-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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