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국내 대표적인 위장약 성분으로 위궤양치료제·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주원료로 쓰이는 라니티딘에서 발암우려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면서 충격을 안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월 26일 라니티딘 성분 함유 완제의약품 전품목(269품목)에 대한 제조·수입 및 판매 중지 결정을 내렸다. 복용환자 수 144만명에 연간 처방액 2600억원에 이르는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 대한 판매중단 조치로 인해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환자들은 재처방·재조제를 위해 일선 개원가와 약국을 오가는 등 불편이 가중됐다.
판매중단 조치 과정에서는 식약처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식약처는 9월 16일 잔탁 원료제조소에서 생산된 라니티딘을 검사한 결과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가 불과 열흘 만에 입장을 번복해 판매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 발표를 통해 "대한민국 '의약품 안전관리'의 총체적 위기를 그대로 보여 준 참사"라며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식약처의 '무능'보다 '안이한 태도'"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에서도 ""식약처가 왜 유럽이나 미국처럼 의약품 안전성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선제적 대응 능력 미흡을 질타했다.
식약처는 후속조치로 각 제약사에 합성 원료의약품에 대한 자체조사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각 제약사는 NDMA·NDEA(N-니트로소디에틸아민)·NMBA(N-니트로소엔메칠아미노부틸산) 등 불순물이 제조·보관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을 평가한 후 그 결과를 각 2020년 5월(발생 가능성 평가), 2021년 5월(시험검사)까지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발암우려 물질 검출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라니티딘 사태 두 달만인 11월말 니자티딘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13개품목에서 잠정관리기준을 넘어서는 2급 발암물질(NDMA)가 검출되면서 같은 조치가 내려졌다.
라니티딘 사태 후속 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유사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철저한 의약품 관리와 함께 환자 안전과 의료기관 손실보상 등에 대한 조속한 사후조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의약품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식약처나 제조사가 아닌 환자와 의료기관에게 전가한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최근엔 당뇨치료제 성분인 메트포르민에서도 NDMA가 검출되면서 의약계가 긴장하고 있다. 메트포르민은 국내 당뇨병 환자 80%가 복용하며 연간 4500억원의 처방이 이뤄지는 1차 치료제 성분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식약처가 올해 안에 메트포르민 원료·완제의약품에 대한 NDMA 검출시험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시험결과에 따라 라니티딘 사태와 견줄 수 없는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