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얼월드 잇따라 효과·안정성 확인…시장 성장세 주춤
심방세동, 효과적 검진 통한 환자 발굴·환자 심각성 인식 필요
비타민K 비의존성 경구용 항응고제(NOAC)에 대한 긍정적인 국내 리얼월드 임상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데이터 확보에 따라 처방도 늘었다. 과거 오랜 기간 심방세동 환자에게 처방하던 와파린을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규모 확대가 계속 이뤄질 수 있을까. NOAC이 와파린 대체하는 역할에 그칠지, 심방세동 환자를 뇌졸중에서 자유롭게 할 역할로 성장할지는 효과적 검진과 인식 개선에 달려 있다.
14일 의약품 시장조사 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전체 NOAC 시장은 1173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같은 기간 944억원 대비 18.0% 성장한 수치다.
높은 성장률이다. 하지만 2016년 39.5% 성장, 2017년 29.7% 성장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주춤하다. 게다가 처방 증대가 강한 영업력의 국내 제약사가 판매하는 제품에 치중돼 있다.
학계에서는 NOAC 처방 확대를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 예방 효과와 연계해 설명하고 있다. 단순 처방 성장을 넘어 진단 활성화와 심각성 인식개선을 통한 복용 순응도 향상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
대한부정맥학회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8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심방세동을 알고 있다는 응답자가 7.2%에 불과했다. 54.7%는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고 38.1%는 '들어봤지만 잘 모른다'고 답했다.
두근거림을 느끼고 병원에는 방문하지 않은 응답자의 60.2%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51.5%는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심방세동 등 부정맥으로 인한 급사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는 38.1%, 진단을 위해 심전도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23.1% 응답자에 불과했다.
최근 [의협신문]과 만난 A대학병원 심장내과 B교수는 "심방세동을 인지하고 병원을 찾아 심전도 검사를 하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 현재 숨어있는 심방세동 환자가 많다. 돌연사의 95% 이상이 심방세동 등 부정맥에 의한 것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B 교수는 "NOAC이라는 편리한 의약품이 개발됐지만, 심방세동의 위험성에 대한 인지가 없다면 복약 순응도는 떨어진다"며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전했다.
심방세동의 진단과 NOAC 처방에 있어 개원가의 역할 확대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재 NOAC의 개원가 처방 비중은 10% 수준이다. 대웅제약이 판매하고 있는 릭시아나(성분명 에독사반)만이 15%를 넘기고 있다.
매년 큰 폭의 매출 성장이 이뤄지고 있지만 NOAC의 특성을 고려할 때 개원가 처방 증대 속도가 더디다.
지난해 대한부정맥학회와 다국적제약사출입기자모임 주최로 열린 '심방세동 환자의 의료기관 간 협력 향상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심방세동에 대한 개원가의 역할 확대에 공감했다.
이날 학계에서는 NOAC 사용에 대한 개원가 인증제를 제안했지만, 개원가는 인증제보다는 심방세동 진단과 NOAC 사용에 대한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개원가의 심방세동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인 것.
심전도 검사를 국민건강검진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시기상조'라는 데 동의했다.
심방세동 진단 활성화를 통한 NOAC 처방 확대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장치에 대한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칫 원격의료의 시발점이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만약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심방세동 진단이 가능해진다면 NOAC 시장이 기존 와파린 시장을 넘어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