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미납 이유 접수 거부한 원무과 직원 '실형'

진료비 미납 이유 접수 거부한 원무과 직원 '실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1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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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접수하지 않아 의사에게 진료받을 기회 박탈...환자 사망 과실" 판단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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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진료비를 미납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응급환자의 진료 접수를 거부한 병원 원무과 직원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4년 8월 서울 A병원 원무과 직원 B씨(피고인)는 오전 4시 15분 갑작스러운 복통과 오한을 호소하며 119 구급 요원에 의해 응급실로 후송된 피해자 C씨를 접수 창구에서 마주했다.

A병원에 6개월 가량 근무한 사회초년생인 B씨는 신속히 환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접수 절차를 밟은 후 응급실로 환자를 안내해 의사의 진료를 받도록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B씨는 피해자가 응급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C씨가 과거 진료비 1만 7000원을 미납한 것을 확인한 B씨는 미납금 납부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며 진료 접수를 거부했다. 

의사의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 C씨는 같은 날 오전 9시 20분경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이틀 후 '범발성 복막염'으로 사망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한 1심 재판에서 B씨는 "환자의 사망에 대한 예견 및 회피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당시 피해자의 상태 등에 비춰 응급환자로 판단할 수 없었으므로 피해자 사망에 대한 과실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피해자에게 범발성 복막염 외에 중증의 다른 병변과 피해자 사망 전후 상태 등에 비춰 진료 지연에 따른 범발성 복막염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도 인정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응급환자 여부의 판단은 의사의 진단을 통해 이뤄져야 하고, 피고인과 같은 접수창구 직원이 섣불리 판단해 진료 접수를 거부함으로써 응급환자의 진료 및 치료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범발성 복막염은 신속한 개복술을 필요로 하는 급성복증으로서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게 된 점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범발성 복막염이 급성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상황으로 신속하게 응급처치 등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였던 점 ▲피해자가 복통과 구토, 체온 상승으로 인한 오한 등의 증상을 호소해 119 구급 요원에 의해 응급실로 후송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무과 직원이 응급환자 여부를 판단할 사항은 아니라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이런 상황을 종합해 원무과 직원이 피해자가 신속한 진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예견이 가능했음에도 의사의 진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업무상 과실을 저질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겉으로 드러난 피해자의 상태만을 보고서 스스로 피해자가 응급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잘못이 있다"며 "피고인을 금고 1년에 처한다"고 선고했다.

피고인은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역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는 야간응급실에 방문한 환자에 대해 의료계약이 성립하기 전이라도 접수절차를 이행해 의료인의 진료를 받게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업무상 주의의무가 인정될 경우 비의료인인 피고인에게 의료인보다 강화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단지 환자를 접수해 환자가 의료인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면 충분하고, 의료인의 진료가 개시된 후 일어나는 의료과실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덧붙여 "피해자는 병원을 방문했을 때 미수금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당시 진료비 전액을 미납한 것도 아니고, 상습적으로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진료비를 미납한 것도 아니다"라며 "피고인의 진료 접수 거부는 정당화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진료차트 생성도 하지 못하게 해 간호사, 의사가 최소한의 활력징후 검사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내원 취소도 부당하다고 봤다.

다만, 원심이 선고한 형은 무겁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회초년생인 점, 민사소송에서 인정한 손해배상액 원금 및 지연손해금을 공탁한 점, 피해자가 당시 앓고 있던 간경변 등 다른 병변이 피해자의 사망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 적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금고 1년에 2년의 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선고했다.

피고인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을 선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노상엽 병원준법지원협회 이사는 "병원 원무과 직원이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의료진의 판단에 맡겨야 하고, 응급의료비 미수금 대지급청구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급의료비 미수금 대지급청구와 관련해 응급상황으로 처치나 입원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응급상황 해소 시점까지가 아니라 의사가 퇴원하도록 지시한 시점까지 청구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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