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역에서
40년 전 내려갔던 지하철 계단
20년 전 올랐던 지하철 계단
오늘 이 계단을 밟으며
40년 전의 욕망과
20년 전의 꿈들이 만든
오늘의 내 얼굴이
어떤 모습으로 변했나
플랫폼에 앉아 잠깐 생각해 보려는데
기차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열심히 서울역으로 달려갔고
바쁘게 청량리행 열차를 잡아 탔지만
나는 내가 출발했던
종각역에 다시 와 서있다
사람들이 허둥대며
서울역으로 청량리역으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몰려가는데
40년을 달려간 이들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그들은 그들의 종착역에
무사히 가 닿았을까

▶강원도 강릉 출생. 서울의대졸. 안과전문의. 201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천국아파트 등 시집 출간. 2013년 귀향, 강릉솔빛안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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