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결단

대통령의 결단

  • 조승국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2.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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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대통령님. 

대한의사협회의 공보이사, 내과 전문의, 그리고 6살, 8살 두 딸의 아버지 조승국입니다. 

2020년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우리나라의 곁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제활동을 멈추게 하고, 일본의 올림픽 연기에 대한 고려까지 나오게 할 수 있는 그런 엄청난 파괴력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확산 징후를 보이던 바이러스는 급기야 2월 19일 오늘, 대량의 지역사회감염으로 그 모습을 크게 드러내었고 앞으로 얼마나 감염병이 확산할 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루하루의 선택이 미증유의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느냐 굴복하느냐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대한민국이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질병의 유입과 확산을 막아내는 보건행정력과 치료하는 의료진의 모든 역량이 한데 모여야 합니다. 

하지만 의사협회가 여러 차례 촉구한 중국 전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을 받아들이지 않아 신규 감염원의 지속 유입이 예상되고, 지역사회감염 최전선의 의료기관에는 마스크 공급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이 이 전쟁에서 과연 이길 수 있을지, 얼마만큼의 상처를 입을지 큰 걱정입니다.  

코로나19는 수치상으로는 이미 과거의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를 훨씬 뛰어넘은 상황입니다.

1918년 미국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 인구의 3∼6%를 사망하게 하였고, 대한민국에서는 무오년 독감(戊午年 毒感)이라 불리며 당시 전체인구 1,678만 3510명 중 742만 2,113명(44%)이 감염, 13만 9,128명을 사망하게 한 '스페인 독감(Spanish flu)'처럼 되는 것은 꼭 막아야 합니다.

감염병에 대한 대응은 도박이 아닙니다. 정부와 의료진의 노력에 운이 더해져 확산 없이 잘 막고 있다 하더라도 절대 안심할 수 없으며 항상 신중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지면 누군가는 이기는 그런 게임은 더더욱 아닙니다. 만에 하나 잘못되면 모두가 함께 지는 '현실'이며, 그 결과는 대통령님을 포함한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할 수 있습니다.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외교 문제로 얽혀 복잡한 고민은 잠시 내려놓고, 서로에 대한 비난, 책임 공방은 잠시 멈추고, 어떠한 조치가 지금 이 순간에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가장 옳은 것일지에 대해 대통령님, 정부, 의료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지금 우리 모두의 의무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것을 실행하는 것이며, 설령 외부의 비난을 받더라도 부족하기보다 한발 앞서 국민을 보호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쉽지 않은 결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모두 용기를 내야 합니다. '두려움'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며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다가오는 3월,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일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설렘과 희망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켜내는 데 있어 대통령님의 결단과 강한 추진력이 다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부디 모두가 안전하고 국민의 행복을 지킬 수 있도록 대통령님의 올바른 판단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그 길에 저를 포함한 의사들도 함께할 것입니다. 

2020년 2월 19일 
조승국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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