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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낯선 죽음
[새책] 낯선 죽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3.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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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지음/박종대 옮김/다봄 펴냄/1만 5500원

죽음에 직면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방식, 경제적 여유, 배움의 정도와 상관없이 놀랄정도로 비이성적이 된다. 죽어가는 사람과 그 곁을 지키는 가족도 그렇다. 이런 비이성적인 태도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임종에 관한 온갖 논쟁에서 무언의 화두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두고 나누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 중에 은밀하게 작용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고의로 무시되기도 한다. 두려움은 죽음에 관한 소통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

유럽 완화의학계를 대표하는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스위스 로잔대 교수(완화의학)가 <낯선 죽음>을 펴냈다.

죽음은 낯설다. 아니 맞고 싶지 않다. 그러나 누구나 마주해야 한다.

죽음에는 자신이 이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공포가 깔려 있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에 대한 공포가 얹혀진다. 게다가 스스로 개입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불필요하게 임종 과정만 연장하는 의료 조치에 자신을 오롯이 내맡길 수밖에 없는 공포도 더해진다.

두려움과 공포로부터의 벗어나는 길은 있을까.

이 책은 죽어가는 공포, 특히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에 대한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하는 생각들을 공유한다.

고통과 통제 상실에 따른 구체적인 두려움은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 형태로 자신 행위에 대한 통제권을 실제로 공포에 넘겨주게 한다. 공포는 감각적 지각을 왜곡하고, 실질적 정보를 회피하며, 상식적인 대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전제는 역설적으로 임종을 현명하게 준비하는 길을 알려준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최근들어 웰다잉에 대한 인식에 다가서면서 죽음에 대한 정보를 외면치 않고, 임종을 회피하지 않고 준비하는 모습들과 마주하게 된다.

임종 단계에 있는 사랑들은 보통 두 가지 소망을 이야기한다. '고통으로부터 자유'와 '보호받는 느낌'이다. 고통은 육체적인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보호받는 느낌은 사회시스템에 의한 보호다.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정체성과 품위를 가진 개인으로 대우하면서 죽음까지 동행하고 존중하는 사회시스템을 바란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감정은 온전한 가족 구조가 전제될 때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런 가족구조는 여러 이유로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모두 1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임종 ▲임종 동행의 구조 ▲임종 단계에서 인간에게 무엇일 필요할까 ▲명상과 중병 ▲굶주림과 목마름 ▲임종 단계에서 자주 나타나는 문제들 ▲임종 단계를 위한 준비 ▲안락사란 무엇인가 ▲완화의학과 호스피스 케어 ▲죽음을 마주하는 삶 등을 중심 내용으로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임종 단계에서 나타나는 의료현장의 소통문제, 과잉 치료 문제, 심리사회적 문제까지 세심하게 짚어가며 유한한 삶의 끝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건넨다.

"'죽음에 대한 준비'는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는 최선의 준비입니다"(☎ 070-41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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