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교정술 전후 검사·처치 비급여...판결 전 급여비 청구 정당"
"고의로 비급여 진료 후 급여 청구한 것 아냐" 판단...행정처분 취소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로부터 1개월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사건에서 법원이 행정청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B안과의원을 운영하는 A의사는 2012년 2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환자에게 비급여 대상인 시력교정술(라식·라섹 등)을 실시하고, 그 비용을 환자로부터 비급여로 받은 후 시술과 관련해 수술 전후 진료비용(진찰료·검사료·원외처방전 발행 등)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구)의료법(제66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한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에 해당한다며 2018년 5월 30일 A의사에게 1개월 의사면허 자격정치 처분을 했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2006년 9월 1일 A의사가 운영하는 안과의원에 대해 '시력교정술을 위해 내원한 수진자에게 그 수술 전후 검사 비용은 비급여대상임에도 이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부과처분을 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같은 사유로 해당 요양급여비용의 환수처분을 했다.
A의사는 각 처분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제1심법원(서울행정법원, 2007년 11월 8일 판결)은 '시력교정술 전에 행한 진찰료와 검사 비용 중 일반적인 근시 질환에 대한 검사는 요양급여대상이나, 그 외의 진찰료와 검사 비용은 비급여대상이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서울고등법원, 2008년 9월 25일 판결)은 '시력교정술 자체와 관련 고시에서 비급여대상으로 정한 전산화각막형태검사와 초음파각막두께측정을 제외한 시력교정술 전후 시행되는 나머지 검사나 진료비용은 요양급여대상이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2012년 10월 11일)은 '시력교정술이란 시력교정술 자체뿐만 아니라 이에 필요한 그 수술 전후의 진찰·검사·처치 등의 행위를 포함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해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다.
A의사는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의 행정처분 취소 소송이 진행되던 중 대법원판결이 나오기까지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신뢰하고 시력교정술을 시행하고 전후 시행되는 검사나 진료비용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했다가 뒤늦게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A의사는 "시력교정술과 별개인 안구건조증의 치료를 위한 진료비용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했을 뿐, 시력교정술에 관한 진료비용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한 적이 없다"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A의사는 "시력교정술에 수반되는 진찰·검사·처치 등 행위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는 시력교정술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은 2012년 10월 11일 선고됐고, 그 이전에는 시력교정술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시력교정술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서울고법 판결을 신뢰해 안구건조증이 있는 환자들에게 시력교정술을 실시하고, 안구건조증 치료내역에 관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고 밝힌 A의사는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서울행정법원)은 "A의사가 시력교정술에 관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더라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의 행위를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 등을 거짓 청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라며 "보건복지부의 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도 피고(보건복지부)의 항소를 기각했다.
서울고법은 "A의사가 비급여대상인 이 사건 비용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했더라도 이를 '의료인이 관련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결과적으로 A의사의 행위가 관련 법령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된 것이지, A의사에게 고의나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사건 소송과 별개로 같은 사안을 놓고 진행한 행정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서울고법 판결이 나온 후 대법원 판결이 있기까지 시력교정술의 범위에 대한 혼선이 있었고, A의사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신뢰해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