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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코로나에 동료 잃다…"故허영구 원장, 조용하고 성실했던 의사"
코로나에 동료 잃다…"故허영구 원장, 조용하고 성실했던 의사"
  • 홍완기 기자, 이정환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4.0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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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 검체검사 자원 후, 차례 기다리던 중 '감염'…"안타깝다"
감염 우려…화장 후 납골당 안치 "최선 다하는 성품, 원인 됐을 것"
故허영구 원장이 운영했던 경북 경산 내과의원 전경. 출처=이재태 경북의대 교수(핵의학과) 페이스북ⓒ의협신문
故허영구 원장이 운영했던 경북 경산 내과의원 전경. 출처=이재태 경북의대 교수(핵의학과) 페이스북ⓒ의협신문

"황망하다…". 코로나19로 동료를 잃은 의료계의 애도가 계속되고 있다. 故허영구 원장은 경북 경산에서 내과의원을 개원, 지역주민의 건강을 지키며 인술을 펼쳤다. 코로나19 감염이 만연한 상황 속에서도 환자 진료를 지속하던 중 감염에 노출됐고, 결국 3일 사망에 이르렀다.

동료 의사들을 통해 만난 故허영구 원장은 "조용하고, 성실했던" 의사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심화되자, 선별진료소 검체검사에 자원한 상태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인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이미 화장돼 납골당에 안치된 상태다.

ⓒ의협신문
출처=이재태 경북의대 교수(핵의학과) 페이스북 ⓒ의협신문

"웃음이 가득했고, 듬직했다…너무도 황망하다"

이재태 경북의대 교수(핵의학과)는 허 원장에 대해 "체격이 컸고, 성실했다. 그리고, 가정에 충실했던 친구였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재태 교수는 "같은 의대 2년 후배였다. 아내와는 동기다. 군대에 다녀온 뒤 89년부터 경북대병원 내과에서 수련을 받았다. 벌써 30년 전의 기억이지만 유난히 말수가 적었던 걸로 기억한다. 본인의 일에 열심히였고, 성실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체격이 남들에 비해 컸던 편이었고, 결혼을 비교적 일찍 했다. 가정에도 충실했던 친구로 진료에도 항상 열심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재태 교수는 개인 SNS에 허 원장의 병원 사진과 함께 추모글을 게시했다. 댓글에는 허 원장의 동기라고 밝힌 동료 의사가 추모글을 남겼다.

허 원장 동료 의사는 "방금 슬픈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내과 동기로 병원 수련을 같이 받았다"면서 "항상 웃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듬직한 형님이었다"고 허 원장을 추모했다.

이어 "너무도 황망하다. 오늘따라 더 맑고 밝은 봄빛이 야속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발생으로 폐쇄가 결정된 경기도 의정부시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진을 받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발생으로 폐쇄가 결정된 경기도 의정부시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진을 받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선별진료소 검체검사 자원 뒤 차례 기다려…환자 위한 마음, 유난히 컸다"

박종완 경산시의사회장은 허 원장을 성품이 온화하고 조용한 의사로 기억했다.

박 회장은 "평소에 환자를 많이 보지 않고, 한 명의 환자라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진료했고, 환자의 불평도 잘 들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는 스타일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허 원장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박 회장은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할 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검사를 하겠다는 뜻도 내비쳤고, 다른 젊은 의사들이 먼저 선별진료소에 투입돼 자신의 순서가 오기를 기다릴 정도로 환자를 위한 마음도 컸다"고 말했다.

또 "의사회 차원에서 조문을 하고 싶어도 이미 고인은 화장해서 납골당에 안치된 상황"이라며 "경산시의사회 차원에서 조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4월 마지막 날까지 근조리본을 가운에 달고, 애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故허영구 원장은 3월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경북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 왔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심한 폐렴 증상과 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삽입 치료를 받았지만, 3일 오전 9시 52분경 결국 사망했다.

대한의사협회는 3일 추모 포스터를 공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한편 4월 4일(토) 정오, 1분간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마련, 함께 애도를 표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는 3일 추모 포스터를 공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는 3일 추모 포스터를 공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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