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식 골든타임 위해 코레일, KTX 2분간 지연 등 협조
8년간 확장성심근증 앓아 온 환자, 새 심장 이식받아
가천대 길병원과 코레일의 공조로, 8년 전부터 확장성심근증을 앓던 환자가 허혈시간에 맞춰 새 심장을 이식받았다.
길병원 측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칫 공여자의 희생과 환자의 8년의 기다림이 모두 물거품이 될 뻔했다. 코레일과 공조로 얻은 2분이 새로운 생명을 살렸다"며 "환자는 이제 새 심장을 가지고 건강한 내일을 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새 심장을 이식받은 허 씨는 8년 전부터 확장성심근증을 앓아 왔다. 확장성심근증은 심장근육이 얇아지고 커지며 기능이 상실되는 질병이다.
허 씨는 정욱진 가천의대 교수(길병원 진료1부장)에게 약물치료를 받아오다가 작년 5월 가천대 길병원에서 인공심장인 '좌심실보조장치'를 넣었다. 그러던 중, 3일 전라도 소재 대학병원의 공여자가 심장 및 여러 장기를 기증하기로 하면서 1순위 수혜자가 됐다.
하지만, 기증자가 있는 전라도와 인천에 소재한 가천대 길병원과의 거리 문제가 발생했다.
4일 오후 심장을 싣기로 예정된 소방헬기가 돌발적인 강풍으로 갑자기 취소, KTX와 앰뷸런스를 이용해야 했다. 기증자의 심장적출은 다른 여러 장기의 적출 여부 결정과 함께 4일 오후 8시 반에 이뤄졌다.
광주송정역에서 가장 빠르게 탑승할 수 있는 KTX는 저녁 9시발 KTX548 열차였다. 만약 이 KTX를 놓친다면 심장이 적출된 뒤 환자에게 이식될 때까지 일종의 골든타임인 '허혈시간' 4시간을 상회해 수술 결과가 나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길병원 장기이식센터 측은 8시 20분경, KTX 출발지인 광주송정역에 연락해 출발 시간을 10분가량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코레일 측은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했다. 의료진이 가장 빠르게 열차에 탈 수 있도록 곧바로 조치를 취한 것. 기증자의 심장을 실은 구급차가 바로 역에 댈 수 있도록 하고, 역광장부터 에스컬레이터 승강장까지 역무원을 곳곳에 배치해 신속한 이동을 도왔다.
신속한 조치 덕에 KTX548열차는 당초보다 2분여 늦은, 밤 9시 2분 34초에 출발했다. 이후 광명역에서 미리 대기해 있던 앰뷸런스를 타고 무사히 가천대 길병원에 도착, 결국 2시간 40분 만에 수술이 이뤄질 수 있었다.
수술을 집도한 박철현 가천의대 교수(길병원 흉부외과)는 "수술은 성공리에 마쳤다. 환자 역시 안정을 취하고 있다"며 "생명을 구하기 위해 빠른 판단과 협조를 해준 코레일과 광주송정역 관계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한영희 역무팀장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역무원들이 매뉴얼대로 침착하고 신속히 대처해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 기쁘다"며 "코로나19로 모두들 힘들 시기에 따뜻한 사연을 전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정욱진 교수는 "심장이식은 절대 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의를 가진 다양한 수많은 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본인 환자가 아님에도 밤중에 경식도심초음파를 흔쾌히 해준 기증자 병원의 김모 교수님과 대의를 위해 KTX를 2분 멈추는 등 빠른 판단과 협조를 해준 코레일, 광주송정역 관계자들까지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