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15:21 (금)
'의사'이기에…환자 살리고, 목숨 잃은 전 세계 의사들
'의사'이기에…환자 살리고, 목숨 잃은 전 세계 의사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4.23 17:16
  • 댓글 14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위험 처음 알린 중국 의사 故 리원량·이탈리아 북부 의사협회장
'샴쌍둥이 수술' 제임스 굿리치 박사·최전선 지킨 한국 故 허영구 원장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17만 6264명.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전 세계 사망자 수(23일 기준)다. 세계 216개 국가로 확산한 감염병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 역시 예외일 순 없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의료진은 죽음의 위험에 누구보다 가까이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셧다운 명령에도 의료진들은 코로나19 확진자 밀접 접촉자가 돼야 했다.

세계에 코로나의 위험을 처음 알린 중국의 故 리원량 의사의 죽음은 전 세계인의 애도 물결을 이끌었다. 이탈리아 의사협회는 이탈리아 북부지역 의사협회장의 사망과 이탈리아 의사 사망자가 100명이 넘었음을 알리며 당국의 부실 대응을 함께 비판했다.

수많은 아이들을 살린 샴쌍둥이 분리 수술의 대가, 외과의사 제임스 굿리치박사는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의 故 허영구 의사는 코로나19 감염 위험 속에서도 끝까지 진료를 이어가다,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세계 의사들은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정작 본인의 목숨은 잃어야 했다. 모두 의사였기 때문에 맞이한 죽음이었다.

대한의사협회 故리원량 의사 추모 포스터.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故리원량 의사 추모 포스터. ⓒ의협신문

'우한의 영웅' 중국의 故 리원량 의사

가장 먼저 사망 소식을 알린 의사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의 의사, 故 리원량이다. 리원량은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상황 속에서 '우한의 영웅'으로 불렸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세상에 처음 알린 의사였다.

그는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코로나19에 감염, 4주 가까이 투병하다 지난 2월 7일 오전 2시 58분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는 고작 34세였다. 사망 이후, 그에게 임신한 아내와 어린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리원량 의사는 2019년 12월 30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 증세가 있는 환자 보고서를 입수, 이를 대학 동창들의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다. 이후, 해당 경고가 중국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코로나19 확산을 세계에 처음으로 경고한 순간이다.

하지만 그는 중국 공안의 처벌을 받아야 했다. 유언비어를 퍼트렸단 이유다. 결국 1월 3일, 인터넷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올렸단 내용을 담은 '훈계서'에 서명까지 하게 됐다.

리원량의 사망 이후, 중국에서는 애도 물결과 함께 정부에 대한 분노 여론이 확산됐다. 성난 민심은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재조사에 나섰고, 공안이 리원양에게 강요한 '훈계서' 철회를 결정했다.

훈계서 철회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 '열사'로 추서됐다. 중국에서 '열사'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한 인물에게 부여되는 최고 등급의 명예 칭호다. 중국 국민들의 여론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중앙(CC)TV는 2일 후베이성 정부가 리원량을 비롯해 코로나19로 희생된 의료진 14명을 '열사'로 추서했다고 전했다. 후베이성 정부는 "이들은 개인의 안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생명을 바쳐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사명을 실천했다"고 추서 이유를 밝혔다.

세상에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리고, 환자 진료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故 리원량 의사는 결국, 사망한 후에야 그의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 의사협회는 3월 11일 성명을 통해, 이탈리아 북부지역 의사협회장인 로베르토 스텔라(67)가 3월 10일 숨졌다고 밝혔다. (위: Georgia today 캡쳐, 아래: CNN 캡쳐) ⓒ의협신문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 의사협회는 3월 11일 성명을 통해, 이탈리아 북부지역 의사협회장인 로베르토 스텔라(67)가 3월 10일 숨졌다고 밝혔다. (위: Georgia today 캡쳐, 아래: CNN 캡쳐) ⓒ의협신문

'최대 피해국' 이탈리아, 의사 사망 100명 넘어…북부지역 의사회장 사망

이탈리아는 2만 3660명의 사망자가 나오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누적 사망자가 2만명을 넘어선 국가가 됐다. 현재 이탈리아 확진자 수는 18만 3957명이다(23일 기준). 이에, 이탈리아는 코로나19 '최대 피해국'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의사 사망 수에서도 역시 최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4월 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의사협회(FNOMCEO)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의사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코로나19 의사 사망자 수에는 은퇴 의사 및 은퇴 후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의료 현장에 복귀한 후 숨진 사례가 모두 포함됐다. 여기에는 이탈리아 북부지역 의사협회장도 있었다. 그는 동료 의사들의 만류에도 코로나19 치료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 의사협회는 3월 11일 성명을 통해, 이탈리아 북부지역 의사협회장인 로베르토 스텔라(67)가 3월 10일 숨졌다고 밝혔다. 스텔라 회장은 코로나19 확진 판정후 코모(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입원 치료 중 호흡기 손상으로 사망했다.

이탈리아 의사협회는 성명에서 "그의 죽음은 오늘날 적절한 개인 보호 장치도 갖추지 못한 모든 동료의 현실을 대변한다"며 한탄하며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직면한 위험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회는 최근 이탈리아 사망 의사 집계 현황을 발표하는 성명서에서 현재의 '처참한 상황'이 의료진을 위한 의료 장비 부족과 감염자에 대한 진단검사 부족, 바이러스 피해 지역에 대한 초기 봉쇄 조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필리포 아넬리 이탈리아 의사협회장은 "희생된 동료들은 이탈리아 모든 의사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기본적인 의료 장치 부족은 이해하기 어렵다. 비극적인 희생자 수에 비춰보아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출처=미국 CNN 캡쳐 ⓒ의협신문
출처=미국 CNN 캡쳐 ⓒ의협신문

샴쌍둥이 분리 수술로 많은 생명 살린, 외과의사 제임스 굿리치(James T. Goodrich) 교수'사망'

코로나19 '최대 피해국가' 중 하나인 미국에서도 안타까운 의사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외과의사 제임스 굿리치(James T. Goodrich) 교수다. 제임스 교수는 샴쌍둥이 분리 수술로 어린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등 명망이 높은 신경외과의사다.

미국 CNN은 3월 31일 제임스 교수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교수는 3월 30일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제임스 교수는 2016년 샴쌍둥이로 태어난 Jadon 과 Anais McDonald의 분리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크게 주목받았다. 2004년에도 필리핀 샴쌍둥이 Carl과 Clarence Aguirre의 분리 수술에 성공해, 이슈가 됐다.

전 세계 샴쌍둥이 분리 수술 횟수는 현재까지 총 59번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굿리치 교수는 무려 7회의 샴쌍둥이 분리 수술을 진행, 전체 11%가 넘는 횟수를 차지했다.

병원 측은 제임스 교수에 대해, 신경외과 의사로서의 업적도 훌륭했지만, 인품 역시 놀라웠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그는 명예에 목말라 하지 않았다. 동료와 직원들에게 사랑받은 사람"이라며 "신경외과 의사로서 기술도 훌륭했지만, 명절 동안 쿠키를 구워 간호사와 직원들에게 선물하는 등 친절을 베풀었다"면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故허영구 원장이 운영했던 경북 경산 내과의원 전경. 출처=이재태 경북의대 교수(핵의학과) 페이스북 ⓒ의협신문
故허영구 원장이 운영했던 경북 경산 내과의원 전경. 출처=이재태 경북의대 교수(핵의학과) 페이스북 ⓒ의협신문

한국의 故 허영구 의사 사망, 의료계가 '울다'…'의사자' 지정 요구 계속

대한민국에서도 코로나19로 사망한 의사의 소식이 전해졌다. 코로나19에 의한 국내 사망자 수는 총 240명(23일 기준). 이중엔 확진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돼 사망한 故 허영구 원장도 포함됐다.

허 원장은 코로나19 최전선을 지키다 감염돼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경북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 왔지만, 3일 오전 9시 52분경 결국 사망했다. 대한민국 의료계는 슬픔에 빠졌다.

故 허영구 원장은 3월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경북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 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심한 폐렴 증상과 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삽입 치료까지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허 원장 사망 직후, 의료인 가운데 처음으로 코로나19에 의한 희생자가 발생했음을 밝히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무엇보다 의료인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많은 의료인이 열악한 조건 속에서 코로나19와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4월 4일 정오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진행, 진료실·수술실·자택 등 각자의 자리에서 '1분간 묵념'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어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4일 SNS에 직접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된 우리 의료진이 처음으로 희생되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너무도 애석하고 비통한 마음"이라며 첫 의료진 사망에 대한 위로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늘 자신에겐 엄격하고 환자에겐 친절했던 고인의 평온한 안식을 기원하며, 국민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면서 "봄을 맞았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감염병과의 전쟁을 이겨내기 위해 제 몸을 돌보지 않고 헌신하는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경상북도의사회와 대구광역시의사회 역시 3일 애도문을 내고 "오늘 우리는 코로나19의 최일선에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던 동료 한 사람을 잃었다"며 슬퍼했다. 특히 허 원장이 고문으로 몸을 담았던 경북의사회에서는 4월 한 달간 전 회원이 애도의 뜻을 담아 고인을 추모하는 '근조 리본 달기'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및 국회 등에서 故허영구 원장을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6일 '코로나19의 국가적인 재난에 희생하신 첫 전문의료인의 의사자 선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됐다.

청원인은 "많은 의료인들은 열악한 환경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처음으로 전문의 사망이 발생했다"면서 "국민의 목숨과 자신의 목숨을 바꾸신 의료인의 의사자 선정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 송언석 의원(김천시) 역시 故 허영구 선생을 의사자로 속히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송언석 의원은 "故 허영구 원장은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할 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검사를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감염 위험이 만연한 상황에서도 환자 진료에 매진하다 바이러스에 노출돼 결국 목숨을 잃었다"며 "우리 정부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헌신했던 故 허영구 선생을 의사자로 속히 지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하루 확진자 수는 5일 연속 10명 안팎을 기록하며 주춤하고 있다(23일 기준). 확진자 감소세 뒤에는 의료진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다.

그리고, 그 희생은 현재 진행형이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