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등장한 '의사협회'…왜?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등장한 '의사협회'…왜?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4.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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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아닌 '의사협회' 제보 협박?...원작 영국
환자와 처방전 거래…의사 김희애 어떤 처벌 받나?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수면제 처방전을 두고, 환자와 거래를 한 의사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최근 JTBC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8회 시청률은 분당 최고 시청률 24.7%까지 치솟았다. 지상파가 아닌 채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록적인 수치다.

'부부의 세계' 는 자극적인 소재와 특유의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을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초절정 인기 드라마 속에 '의사협회'가 등장했다.

극 중 의사가 환자를 상대로 처방전을 흔들며 거래를 했고, 이를 안 사람이 의사를 협박하는 장면에서다.

<'부부의 세계' 내용 中>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캡쳐 (출처=JTBC) ⓒ의협신문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캡쳐 (출처=JTBC) ⓒ의협신문

김희애(지선우役)는 드라마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수면제를 요구하며 찾아온 환자 심은우(민현서役)를 진단한 후, 의사로서의 양심상 처방해줄 수 없다며 돌려보냈다. 하지만 이후 본인이 부탁할 일(남편을 미행하는 것)이 생기자, 처방전을 들고 심은우를 찾아가 협상을 한다.

해당 사실을 안 환자의 남자친구 이학주(박인규役)는 김희애를 찾아가 "병원, 의사협회, 방송국. 제보할 곳은 많다. 빨리 준비하는 게 좋다. 시간 없다. 의사 자리 지키는데 3천만 원이면 싼 거 아니냐"고 협박한다.

이학주(박인규役)는 왜 '의사협회'에 제보한다며 김희애(지선우役)를 협박했나?

의사를 협박하면서 제보 기관으로 언급한 곳은 해당 의사가 일하고 있는 병원, 방송국, 그리고 의사협회다.

의사를 고용한 병원은 '정직·해고' 등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방송국의 경우, 해당 사건을 알려 명성에 훼손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면허를 관리하는 곳은 보건복지부다. 그렇다면, 이학주는 왜 보건복지부를 두고, 의사협회를 언급한 걸까?

'부부의 세계' 원작 드라마 '닥터 포스터' (출처=JTBC) ⓒ의협신문
'부부의 세계' 원작 드라마 '닥터 포스터' (출처=JTBC) ⓒ의협신문

해답은 이 드라마의 원작이 영국 BBC 에서 방영된 '닥터 포스터'라는 것에서 추측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한의사협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영국의사회(BMA)가 주도해 만든 영국의학협회(GMC)에서 의사면허를 관리한다. 여기서 면허관리를 포함한 진료 정보, 윤리강령, 교육, 면허 갱신 등을 모두 담당한다.

따라서, 극 중에 나온 것과 같은 의사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GMC에서 적극 개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의사협회에서도 의사들의 윤리적 일탈 행위를 스스로 규율하기 위한 '중앙윤리위원회'와 '전문가평가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면허관리 권한이 부재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문가평가단 중, 가장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특별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은 "만약 해당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충분히 전문가평가단에 회부될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박홍준 회장은 "전문가평가단에서는 포괄적인 사안을 포함한다. 단순히 의료법 등의 형사적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사로서 윤리적 행위 위반, 동료들의 명예를 훼손시켰을 때 등 사법당국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를 모두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나 전문가평가단 등 의사 자율규제의 '포괄성'은 법에서 다루지 못하는 윤리 등의 영역을, 더욱 엄격한 잣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최근 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의사 윤리' 관련 영역에 대해,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의사 독립면허기구'가 안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박홍준 회장은 "전문가평가제가 아직 시범사업 단계기 때문에 법적 근거 미약 등 한계가 존재한다. 보건복지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진행하고 있지만 전문가평가제와 관련해선 일선 보건소가 행정 담당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에, 협조를 함에 있어서 보건소 입장에서도, 시도의사회 입장에서도 법적 근거가 미약해 실제 운영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전문가평가제의 강화·법제화 등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환자 처방전을 두고 협상한 의사.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의협신문
ⓒ의협신문

현실에서 '수면제 처방전 협상' 사건이 일어났다면, 김희애(지선우 역)는 과연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먼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을 살펴보면 '마약류 취급자는 그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해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제61조 제1항 7호에 따르면, 위 조항(제5조 제1항)을 위반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실제 서울동부지법은 작년 10월, 환자에게 돈을 받고 마약성 진통제와 수면제 등을 처방한 혐의를 받은 내과 의사 67살 김 모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남편의 미행'을 거래한 것은 돈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사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다는 목적성에서 유사성을 가진다. 이 부분에서, 드라마 속 상황 역시 위와 비슷한 판결이 나올 확률이 높아 보인다.

최청희 변호사(법무법인 CNE)는 "드라마 속 의사의 경우, 마약류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마약류취급의료업자(의사)가 업무 외의 목적으로(남편 미행을 의뢰할 목적) 향정신성의약품(수면제)을 기재한 처방전 발행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 한 번이라면 벌금 정도가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형량이 강화되는 추세"라면서 "업무 외의 목적으로 처방전을 발급한 동기, 경제적 이익 등 제공 여부, 발급 횟수, 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양형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관련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의사의 환자 동기 인지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수사하는 만큼, 진료 시 이러한 부분을 유의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최청희 변호사는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환자들이 진료를 가장해 불법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거나 처방전을 발급하고자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기관은, 의사들이 환자의 위와 같은 동기 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수사한다. 따라서, 환자 진료 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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